오늘은 제93회 어린이날이다. 울산에서는 울산대공원에서 울산시가 주최하는 ‘울산어린이날 큰 잔치’를 비롯해 동구와 북구도 각각 어린이 잔치를 마련한다. 중구와 남구는 이미 지난 30일 어린이날 행사를 치렀다. 울산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체험, 대곡박물관에서는 ‘나도 런닝맨’ 등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하지만 어린이날 행사가 차고 넘치는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울산지역의 프로그램은 매우 빈약해보인다. 부자도시답게 부모들이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비싼 선물을 안겨주는 것으로 대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값비싼 선물이 아니다.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협회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3월26일부터 4월8일까지 전국 초등학생 5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어린이날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31%가 ‘마음껏 놀기’라고 답했다. 그것도 부모랑 놀고 싶다는 응답자가 50%에 이르렀다. 또래친구를 가장 좋아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친구(30%)보다도 부모를 원하는 어린이가 더 많았다.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노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에 되느냐는 질문에 34%가 거의 없다고 답했고 27%가 1시간 이내라고 했다. 부모도 바쁘지만 어린이들도 무척 바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울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려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도 없고 동물원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어린이테마파크 건립계획이 수립돼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게다가 근래 들어 울산은 계모와 양모가 아동을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으로 인해 아동학대의 도시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자녀교육을 정주여건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추세를 감안하면 어린이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주의식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어린이날을 빨리 만든 나라다. 1923년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제1회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 날 기념행사에서 배포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에는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 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보내 주십시오.’ 등이 적혀 있었다. 93년전 방정환 선생 등 선각자들이 들려주는 말이 신기하게도 오늘날 울산에도 더없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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