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편견 버리고
사회인식보다 자신의 선택 더 믿어야
올바른 생각 가진 청년 더 많아지길

▲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고대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 중 하나였던 스파르타는 철기로 무장한 도리아족이 들어와 대다수의 원주민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수년 전 흥행했던 영화 ‘300’에 나왔던 레오디나스왕의 근육질군대는 사실 외부세력보다는 원주민을 지배하기위해 양성되었다고 한다. 요즘 취업난과 채용난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실태를 보면 마치 고대 스파르타처럼 소수의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청년 구직자들의 성향이 전반적인 실업문제로 확대되는 것 같아 큰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여러 뉴스를 조합해보면 재미있는 비교가 만들어진다. ‘대졸 청년실업자 50만명 시대’ ‘2014년 연말정산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 48만명 돌파’ ‘고등학교 졸업자수 약 65만명, 대학 정원은 56만명’.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나 높은 대학 진학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아짐에 따라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가 크게 상승한 것이 50만명의 청년실업자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제양극화로 인해 중소기업과 대기업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43.3%)에 있다. 불투명한 비전(24.9%), 고용불안(14.6%), 낮은 인지도(6.5%)가 그 뒤를 잇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어서 나쁘게 치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입사의 반대말은 퇴사가 아니라 적응이라고들 한다. 마치 대기업 문턱만 넘어서면 인생이 완성되기라도 하듯 잘못된 생각은 위험하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수많은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입사한 대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이 안된다. 대기업에서 부장이 될 확률은 2.41%이며 평균 17.9년이 걸린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22.1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0.74%가 임원이 되어 약 5년을 근무하고 퇴직한다. 또한 대기업에 재직하던 상당수의 인원이 중도에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한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확률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할 확률이 훨씬 높다

반면 중소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를 살펴보니 다양한 직무경험, 비중있는 업무, 자율적 기업문화, 높은 직급 등이 순위에 올랐다. 순위에는 없었지만 ‘대기업에 들어가기 힘들어서’ 혹은 ‘경력을 쌓아 대기업에 가려고’등의 이유도 분명 숨어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무조건 좋다거나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무책임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직장생활에는 대기업의 잘 짜여진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답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대기업에 비해 정보가 많이 노출되지 않아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또 사회적 인지도에 대한 지나친 우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에 크게 속박되지 않고 자기 주도적이며 비중 있는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의 직장생활 또한 생각하는 이상의 매력이 존재한다. 또 이런 유연한 경험들은 창업을 꿈꾸는 미래의 CEO에게는 큰 힘이 돌아온다.

20년 전 대학졸업반 친구들과 농담 삼아 대기업의 부장과 중소기업의 임원을 두고 저울질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중소기업에 대한 필요이상의 편견을 줄이고 사회에 인식이 아닌 자신이 선택의 중심에 서는,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가진 청년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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