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필 경상일보 발행인

오늘은 본보 창간 2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89년 5월15일 울산 최초의 종합 일간지로 시작해 울산의 대표 신문이자 정도(正道) 언론으로 자리매김한 지 4반세기의 두 번째 쿼트 첫 해를 힘찬 발걸음으로 내디뎠습니다. 본보에 대한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지대한 관심과 아낌없는 사랑에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지역 발전의 기수, 정의 실현의 선봉, 문화 창달의 주역’을 사시(社是)로 시작한 본보는 울산을 비추는 거울이자 울산 발전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울산 시민의 염원이던 광역시 승격을 위한 활동의 선두에 나섰으며, KTX 울산역 유치, 태화루 복원, 오일허브 구축, UNIST 설립 등 울산의 숙원사업 해결의 디딤돌로서 그 책임을 다했습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는 ‘대숲 살리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오늘날 아름다운 대숲을 가진 생태하천 태화강을 시민의 품에 안겨드릴 수 있었고, 울산의 고질적 문제였던 공해 문제의 해결과 노사갈등 조정을 위해 지역사회의 여론을 모으는데도 힘써왔습니다. 또한 국제설치미술제, 커플마라톤대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로 살기 좋은 울산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본보는 지난 26년의 궤적을 바탕으로 언론 자유와 정도 언론, 재정 자립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 임직원들이 신문을 둘러싼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제2의 창간 정신으로 무장해 시민이 원하는 품격 높은 신문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합니다.

먼저,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갈등의 조정자 역할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둘째, 정의와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명품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충족시켜주는 충실한 전령(傳令)이자, 세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는 파수꾼이 될 것입니다. 셋째, 다름이 틀림으로 취급받지 않고, 획일적 동질성 보다 다양성이 존중되며,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한 열린 사회를 위해 잠들지 않는 지킴이가 되겠습니다. 넷째, ‘산업수도’ 울산의 영예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산업구조 재조정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그러한 일들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을 재조명하는데도 선도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다섯째, 울산의 세계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울산적인 것을 부지런히 찾아 세계적으로 통용되도록 하는 글로컬(Global+local) 매체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신문경영자였던 퓰리처(Joseph Pulitzer)는 ‘신문은 친구를 사귀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신문의 생명과 다름없는 공정성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한 말입니다. 마땅히 옳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보는 감히 울산 시민들의 26년지기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좋은 친구는 아플 때나 슬플 때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있고 싶어야 합니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는 애정어린 따끔한 충고도 해야 합니다. 다만 독자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더불어 슬퍼하고 아파하고 기뻐하는 울산 시민들의 스스럼없는 친구가 되더라도 공정보도라는 신문의 사명을 다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신문, 고객을 최고(First)로 모시는 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정과 성원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채필 경상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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