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비축의 큰 목적은 에너지 안보
비축기지 건설 기술력 세계가 인정
울산기지 지하화 경제적 효과도 커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가득가득 코리아.’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광고 카피 중 하나이다. 1980년부터 국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30년간 진행해 온 비축기지 건설 프로젝트가 2010년 울산에서 마침표를 찍는 대역사의 순간을 담아낸 것이다. 그로부터 또 꼬박 5년이 흘렀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국가 비축유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여느 선진국들의 공동석유안보 체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개발은 장기적인 해외 비축 효과와 정부의 단기 비축, 즉 전략석유비축을 통해 효과적인 석유공급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석유개발을 통한 매장량 확보는 생산 지속기간이 10~20년 이상으로 길고 규모가 커서 장기적인 시장 악화에 유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단기 비축은 시설 건설비, 원유 구입비, 운영비 등으로 고비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공급 충격이 생길 경우 국내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석유산업의 기본은 석유비축이고, 우리나라 석유비축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에너지 안보다. 석유비축은 다른 에너지 정책과는 달리 일단 구축되면 위기시 확실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116일(일 순수입량 기준/2015년 3월말 기준) 정도의 충분한 비축유를 확보한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은, 유사시는 물론이고 예기치 않은 공급 차질이 생길 경우에도 경제적인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아무리 자원빈국이라 하더라도 강력한 국가 에너지 정책과 이 정도 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면, 산유국의 정정불안과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석유비축사업과 에너지 안보를 얘기하면서 비축유를 보관하는 석유저장시설에 대해서도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중요한 안보시설이다 보니 일반 국민들이 접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30년이상 뚝심있게 추진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9곳에 약 92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상탱크와 지하공동 2가지 형태의 저장시설이 있는데, 이 중 지하공동의 경우, 비축기지 건설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들을 개발하여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과는 자문 및 공동 연구도 수행하면서 그 기술력을 세계 무대에서 입증 받고 있다.

지하공동은 지상탱크보다 보안성이나 안정성이 뛰어나며 친환경적이고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다. 이미 노후화된 저장탱크를 지하공동으로 전환함으로써 유지 관리비를 연 20억원이나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울산비축기지의 지하화 사업이 현 정부의 창조경제 간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에따른 지상 유휴부지는 S-OIL이 8조원을 투자해 중질유 분해시설과 석유화학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사업으로 울산지역의 총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1104억원이나 되며, S-OIL의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인 점을 감안하면 외자 유치의 효과까지 있다.

이처럼 석유비축사업은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적 임무를 묵묵히 완수해 내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또 경제, 사회적 효과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 ‘가득가득 코리아’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에너지 분야에서 창조적인 모범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 석유비축사업에 대해 믿음을 갖고, 지켜봐주길 기대해 본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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