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자가 5천154명인 논문이 물리학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게재됐다.

이는 공저자 수가 가장 많은 학술논문의 세계 신기록으로, 최근 기초과학 연구들이 다국적 기관들의 초대형 협업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여 주는 사례다.

PRL은 지난 14일 ‘힉스 보존’이라는 기본 입자의 질량 추정치 오차 범위를 ±0.25% 수준으로 좁히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있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초대형 실험시설인 대형 하드론 충돌기(LHC)에 있는 ‘아틀라스’(ATLAS)와 ‘CMS’라는 두 검측기를 운영하는 연구팀들이 함께 낸 것이다.

이 논문의 분량은 33쪽이지만, 연구 자체에 관한 내용은 연구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원해 준 기관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참고문헌 목록까지 포함해 8쪽 반에 불과했고 이 중 논문 본문은 7쪽밖에 되지 않았다.

공저자의 수가 워낙 많아서 이들의 이름을 적는 데만 15쪽 반이 사용됐고, 이들의 소속 기관과 겸직 기관을 밝히는 데 추가로 9쪽이 쓰였다.

즉 저자 목록에 논문 전체 분량의 4분의 3인 24쪽 반이 쓰인 것이다.

연구에는 참여했으나 논문이 나오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공저자들의 이름에는 별도 표시가 붙었다.

이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틀라스 운영팀과 CMS 운영팀이 수많은 기관들과 연주자들이 모인 국제적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저자가 수천명인 과학 논문은 최근 들어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를 중심으로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저자 수가 3천명을 돌파한 첫 사례는 지난 2008년 LHC에서 이뤄진 CMS 연구팀의 논문이었다.

또 2012년 힉스 보존을 관찰한 아틀라스 연구팀의 논문은 공저가 수가 2천932명이었고 이 중 21명은 논문 출판 당시 이미 사망한 것으로 표시됐다.

영국 런던에서 발간되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다음 달 인쇄본에 저자 수가 2천700여명인 물리학 논문을 게재키로 하고 5월 중순 이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다만 이 네이처 논문의 저자 목록은 인쇄본으로는 출판되지 않으며 온라인으로만 공개된다.

고에너지 물리학 외의 분야에도 저자 수가 엄청나게 많은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달 들어 유전학 학술지 ‘G3’에 발표된 초파리 유전자 논문은 공저자가 1천14명이었으며, 이 중 900여명은 학부 학생이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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