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국내 독서문화 공간을 찾아서 - (2)길담서원

▲ 길담서원은 인문학 책방이자 찻집, 음악과 예술을 따라 찾아온 사람들이 우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길담서원은 21세기 서원을 꿈꾸는 인문학 책방이자 찻집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벗들과 어울리며 공부와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서 모임, 철학·역사·경제공부 모임, 한뼘미술관, 책마음샘 음악회, 청소년인문학교실, 드로잉교실 등 다채로운 공부모임이 열리고, 고전·양서를 원서로 소리 내서 읽고 쓰는 서당식 공부법을 실험하는 시민들의 자율적 인문공동체이다.

칠순 바라보는 나이 책방 열어
다양한 벗들과 공부·놀이 즐겨
격려하고 다독이는 쉼터 꿈꿔
건물세 인상에 위기 겪었지만
SNS 모금운동으로 확장 이전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낙원의 ‘길’ 

▲ 길담서원 박성준 대표.

박서준(76) 대표는 서원을 현대적으로 발전·계승하고자 2008년 통인동에서 길담서원을 열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책방 주인이 된 것이다. 어쩌면 그게 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통에 부모와 헤어져 남의 책을 베끼며 독학으로 공부했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1968년에는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돼 13년이 넘게 감옥살이를 하는 등 그의 인생에는 늘 책이 함께 했다.

길담서원의 ‘길’은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낙원의 길을 의미한다. ‘담’은 담으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정을 나누며 밤을 보내는 안식처를 뜻한다.

박성준 대표는 “험한 항해에서 돌아온 배들이 항구에 닿듯, 길담서원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고자 한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 복돋아주고 다독여 주는 공간이 되며, 마음을 추스려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길담서원’이라 지었다”고 설명했다.

5~6년 전만 해도 인문학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인문학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열풍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인간은 영혼과 마음, 정신을 가진 존재”라면서 “길담서원은 진정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는, 긴 가뭄에도 샘이 솟는 깊은 샘과 같은 인문학공부를 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풍랑겪고 더 탄탄해진 길담서원 

▲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길담서원,

최근 길담서원은 한 차례 큰 풍랑을 겪었다. 2013년까지 통인동에 자리했던 길담서원은 건물주인으로부터 ‘세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것이다.

이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150여명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이사비용을 보탰고, 총 4000만원이 모아졌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길담서원은 한층 더 넓은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으며,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그 2년 사이,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박 대표는 “길담서원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충분하지 않지만 서원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면서 “카페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회원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데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 각 개인마다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제는 우리 인생이 이모작, 삼모작으로 이어진다. 길담서원을 찾는 많은 교사들이 퇴직 후 길담서원 같은 공간을 열고 싶어 한다. 울산에도 분명 이런 뜻을 가진 교사들이 많을 것이다. 3~4명만 모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내 조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울산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인터넷으로 예약한 뒤 지하철역서 책 빌린다
관악문학관도서관 ‘U도서관시스템’
찾기 편한 도서관 지향
지하철역 활용하기로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
 

▲ 관악문학관도서관이 운영하는 U도서관.

관악문학관도서관은 주민들의 편리한 도서관 이용과 독서저변확대를 위해 ‘U도서관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빌려보고 싶은 책과 방문할 지하철역을 인터넷으로 선택·예약하면 지하철역에서 책을 가져가고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책은 보통 예약 후 2일 내로 지하철역 U도서관에 도착하며, 회원증만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011년 서울대입구역을 시작으로 현재 관악구내 5곳의 지하철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U-도서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관악문학관도서관 사서과 백준현씨는 “상권이 발달되어 있는 상권을 중심으로 들어선 지하철역의 특성상 상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이용시간이 길고, 실내에 설치가 가능한 곳을 찾다보니 지하철역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U도서관 운영으로 인해 2012년 이후 관악구 관내 도서관 이용자수가 급증했으며, 시민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백씨는 “U도서관을 시작하고 도서관 신규회원가입자수가 많이 늘었다. U도서관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시점인, 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분기별로 약 40%씩 대출량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지하철역 내에 설치된 U도서관시스템 자체만으로도 도서관 홍보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이밖에 관악도서관은 관내 도서관간 도서대출 교류 서비스인 ‘상호대차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부터 신림역‘스마트도서관’ 운영도 시작했다. 스마트도서관은 커피 자판기처럼 회원카드를 대고, 원하는 책을 선택하면 책을 빌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백씨는 “스마트도서관 기계 하나에는 총 422권의 책이 들어가 있으며, 분기별로 베스트셀러 및 신간 위주의 도서로 교체한다. U도서관보다 스마트도서관의 이용이 더 간편한 만큼 노인이용자가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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