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케스트라로 아름다운 하모니 만드는 옥서초

지난해 창단 옥서초롱이예술단...음악성은 물론 교우관계도 발전

“연주할 수 있는 무대 많았으면”

▲ 옥서초등학교 김영화 교사가 일반 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 연주 연습을 시키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흔들리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학생이 교사에 대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행위가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무례를 범하는 교권 침해 사례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안타까운 우리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과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본보는 이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과 신뢰로 매력적인(charm)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참(charm)교육’ 현장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 22일 아침에 찾은 울산 남구 옥서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가 채 시작되지 않은 이른 시각임에도 4층 방과후교실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 악기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는 창문을 넘어 운동장에까지 퍼졌다. 학생오케스트라단인 ‘옥서초롱이예술단’이 연습중으로, “하나 둘 셋 넷~” 교사의 지휘 아래 학생들은 악기 연주에 여념이 없었다. 교사는 박자가 틀리거나 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찾아 일일이 지도해 주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정규수업 10분 전인 8시5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연습이 끝나고도 일부 학생들은 아쉬움이 남는 듯 악기를 만지작 거리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옥서초 오케스트라단은 지난해 4월 창단됐다. 1년이 갓 지난 셈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 35명으로 구성돼 있는 오케스트라단은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 3가지 악기로 단촐하지만 열정과 열의만큼은 여느 성인오케스트라단 못지 않다. 김영화(39) 교사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부임한 뒤 학교 측에 제안해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김영화 교사는 “이전에 몸담고 있던 학교에서도 오케스트라단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교육적 효과 뿐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너무 좋아했다”며 “그래서 이 학교에 부임하고 나서 제일 먼저 오케스트라단을 꼭 창단하고자 다짐했고 학교 예술동아리 활동 예산을 지원받아 창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단 운영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연습 시 시끄럽다며 동료교사 등으로부터 항의와 원성이 빗발쳤고, 연습할 공간을 구하지 못해 빈 교실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하모니’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학생들은 김 교사의 지도하에 한 달여의 연습 과정을 거쳐 지난해 5월29일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옥서음악회’ 무대에 당당히 섰고 격려 속에 첫 공연을 무사히 치러냈다.

이후 각종 교내 행사는 물론 울산시교육청의 창의인성축제와 삼일여고 색소폰오케스트라 공연에도 초청돼 공연을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단은 학생들의 인성교육 등 교육적 효과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김 교사는 “5~6학년 고학년 남학생들은 초창기만 하더라도 오케스트라단과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학교 생활에 소극적이었으나 이제는 직접 찾아와 ‘가르쳐 달라’고 한다”며 “특히 이제는 학생들이 음악소리만 나오면 자연스레 모인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오케스트라단을 통해 겸손과 배려, 협동심, 또 친구들 간 존중하는 문화도 정착되고 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김 교사는 “예산 등 재정적인 부분 보다는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다”며 “옥서초 오케스트라단을 통해 학교에 음악예술문화가 자리잡는 것은 물론 지역에까지 문화가 파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조광호 교장은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으나 이제는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학교까지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며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학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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