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열 울주군수

알프스의 웅장한 돌로미테 산맥을 뒤로 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트렌토. 인구 12만여 명의 작은 도시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산악인들에겐 꽤나 유명한 지역이다. 근대 등산이 태동한 알프스 자락에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올해로 63회째를 맞는 세계 최고(最古)의 트렌토산악영화제. 캐나다 밴프영화제(40회)와 함께 세계 산악영화제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지난 5월 초 필자를 비롯한 박재동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추진위원장과 김영철 군의회 경제건설위원장 등 관계자 10여명이 트렌토를 방문했다. 울주군은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이자 아시아 대표 산악영화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내년부터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개최하는데 이를 위한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공식초청은 받은 우리 일행은 로베르토 데 마틴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과 공식 만남을 갖고 교류 행사 개최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세계 산악 등반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라인홀트 메스너(71)가 참석해 의미를 더해줬다. 메스너는 1978년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이후 낭가파르밧 단독 등반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무산소로 완등한 최초의 산악인이다.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이라는 영화도 인상 깊게 봤던 터라 실제 주인공을 만난 것은 큰 감동과 설렘이었다.

영남알프스가 문화로 하나 되는

메스너는 내년 울주영화제에 와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필자도 반가운 마음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정식 초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메스너가 참석할 경우 한국 최초 방문이기도 해서 행사가 더욱 빛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를 만나기 전 오전, 인근 볼차노에 있는 메스너박물관을 방문했었다. 업적을 자랑할만한데도 고성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든 그곳에는 메스너의 사진 한 장, 장비 하나 전시돼 있지 않았다. 모두가 산악문화와 다른 산악인들에 대한 소개 등으로 철저하게 배려된 박물관이라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트렌토는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었다. 골목 곳곳에서 맨손으로 건물 벽을 타고 오르는 빌더링 대회 등 즐길 거리도 다양했다. 그렇다고 현란하고 시끌벅적한 이벤트로 가득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의 산악문화가 심장을 이뤄 도시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특유의 정취라고 할까. 자기만의 문화에 대한 트렌토 시민들의 자부심과 여유, 우아하고 고풍스런 도시 풍경,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지역 전체가 문화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울주군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통해 지향하는 바도 이런 것이다. 단지 이벤트성 행사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남알프스라는 고유의 자산을 중심으로 문화관광 도시 울주로의 위상을 다져나가겠다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가 대세다. 문화관광 산업은 앞으로 울주군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며 울산시민 모두의 삶의 수준과 행복지수도 높여 나갈 것이다. 영남알프스 산악문화관광 사업은 그 핵심 시책이다. 주요 사업인 복합웰컴센터와 인공암벽장이 곧 완공된다. 신불산 케이블카 조성도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산악관광 사업을 전담하는 알프스팀을 신설했고, 등억리 명칭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등억알프스마을로 변경도 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큰 관심을

성공적인 영화제를 위해 올해 초 영화제 사무국과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씨가 작업 중인 영화제 주제곡도 조만간 완성될 예정이다. 내년 본 영화제에 앞서 사전 홍보 성격의 프레페스티벌도 올해 8월28일~9월1일 복합웰컴센터 등 3곳에서 개최한다.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트렌토 시민들이 즐기고 누린 문화가 켜켜이 쌓여 세계를 불러 들였듯이 영남알프스도 우리가 아끼고 즐겨야 세계 산악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터 열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대한 큰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신장열 울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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