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분열하는 민족의 미래는 암울
순국선열의 넋 기리는 호국의 달 맞아
이해·배려의 마음으로 국론 통일해야

▲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바람은 심했고, 파도는 거셌다. 뱃머리에 부딪치는 파도는 무엇이든 집어삼킬 듯 사나웠다. 울릉도에서 2시간여를 바람과 파도를 가르며 독도 인근에 다다랐지만 무심하게도 독도는 접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뱃머리에서 바라본 독도는 아름다운 절경만큼 당당하며 굳건했다. 처연했기에 엄숙했고, 외롭기에 더욱 도드라졌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가 나란히 형제의 정을 나누며 대한민국의 동쪽 끝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면적은 18만7554㎡에 불과하지만 독도는 대한민국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안보의 요충지이며, 수산자원의 보고로서도 독도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소중한 영토이다.

최근 필자와 울산광역시의회 소속 동료 의원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독도를 다녀왔다. 우경화의 깃발을 흔들며 또다시 제국주의 침략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독도는 그냥 우리 땅이 아님을 새삼 절감했다. 통한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독도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며 분노에 찬 결의를 다졌다. 일본이 아무리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우리 땅 독도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지금 독도를 지켜낼 국민적 저력과 힘이 있는지를 자문해봤다. 국민적 저력과 힘은 단순히 무력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목선을 타고 거친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독도를 수호했던 조상들의 결기가 우리에게 있는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론분열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부분열은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베트남의 역사를 보더라도 적전분열은 쇠락과 멸망을 부추긴다. 특히 우리는 분단국가이며, 여전히 휴전중이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대치중이다.

하나로 마음과 힘을 모아 똘똘뭉쳐도 모자랄판에 국론은 갈리고, 나라는 사분오열돼 있다. 남과 북도 모자라 영호남, 수도권과 지방, 노와 사 그리고 계층간 세대간 갈등과 대립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OECD국가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타 선진국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유가와 환율불안에 세계적인 실물경기침체로 어느때 보다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무상 시리즈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재정이 넉넉하면 못할 일도 없고, 그 보다 더 좋은 정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복지정책이 남발되면 결국 그 폐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후손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못난 조상이 될 수밖에 없다. 두고두고 비난받을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심쓰듯 내뱉는 것이야 말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이다.

유월은 목숨바쳐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얼과 혼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와 민족의 존립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그 분들의 유지를 지키고 받들려면 무엇보다 국론통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와 노사문제, 여야간 정치적 대립, 사제간 불신, 갑과 을의 문제 또한 이 같은 공감과 소통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분란과 혼란으로 나라 안이 시끄러우니 나라 바깥의 외부 세력이 호시탐탐 우리의 목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끊임없이 독도를 침탈의 제물로 삼으려 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일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의 분열이 싹을 틔운 불행의 씨앗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도 없지만, 스스로 분열하는 민족 또한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 땅, 독도를 바라보며 재삼 되새겨봤다.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