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기 풀어내는 묵필로 그린 반도  퍼덕이는 물비늘로 동해 바다 달려와서  밤새워 잠재운 원구를 끌어올려 놓는다    이끼 낀 대왕암엔 용의 전설 묻어 있고  아득한 수평선은 눈썹 달 인양 휘어 있다  동백꽃 눈이 시리게 피를 뿜어 웃는다    때로는 사람 속 같은 험난한 뱃길 위로  물안개 앞을 가려 더더욱 암울한 날  파도는 짐승이 되어 암벽을 베어 문다    큰기침 한 소리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  일 만평 너른 둥지 마음으로 안아보면  천 년 전 피리소리에 뱃길 여는 울기 등대    추창호씨는 1996년 계간 시조와 비평 신인상, 1997년 금호시조 우수상,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 2000년 월간문학 시조부문 신인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울산문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봉월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올해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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