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에서 일본 FX마진거래 투자자(속칭 와타나베 부인)들이 외국인 세력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의 급변동은 시장의 관심이 달러-유로 거래에서 달러-엔 거래로 옮겨간 측면이 강하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이 ‘눈물의 손절’을 당한 것도 적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의 흔한 성인 ‘와타나베’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 주부 재테크 그룹을 일컫는 용어이지만 지금은 국내의 초저금리를 견디지 못해 엔캐리 트레이드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지난 20일을 전후해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무렵에 50억 달러에 근접한 대규모의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외국인 세력이 대거 달러를 매수하면서 허를 찔렸다.

FX 마진거래는 증거금(마진)을 이용해서 선물회사와 표준화된 통화쌍을 거래하는 것이다. 거래 과정에서 증거금에 일정한 평가손이 생기면 자동으로 반대 매매가 들어가는 기능이 있다.

외국인 투기 세력들에 의해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 사냥’이 벌어지면서 달러 상승에는 더욱 탄력이 붙었다. 이번 주에 들어서 엔화의 하락폭은 4엔에 근접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박스권에서 달러 매도에 나선 것은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달러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달러 하락을 통해 이익을 챙기자는 속셈이었다. 매도 규모는 엔화 약세가 시작됐던 2012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였다.

외국인 세력은 미국의 경기 둔화가 겨울철의 악천후나 미국 서부의 항만 파업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반대 포지션을 구축해 허를 찌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황에서 FED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은 달러 상승에 배팅한 세력에 힘을 보태준 셈이다.

옐런 의장이 주말 발언이 나온 뒤 시장에서는 당장 반응했다. 달러-엔 환율이 122엔대를 돌파해 123엔대로 올라섰고 헤지펀드들이 125엔대를 목표로 매수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달러-엔 환율이 변동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오랜 박스권에서 축적돼 있던 시세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3월까지만 해도 그리스 불안을 배경으로 달러를 매수하고 유로를 내다파는 것이 주된 기류였지만 유로화를 매도하던 힘이 유로와 엔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엔화는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약세 흐름을 타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의 시장은 일단 엔화 하락, 달러 상승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으로 보이고 당분간은 이런 모멘텀이 작용할 지도 모른다.

엔화는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4.46엔을 기록, 거의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외국인 세력이 와타나베 부인에 일단 우위에 선 모습이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중고주택판매와 내구재 수주가 개선됐다는 긍정적 지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공적연금. 생명보험사, 투신 등이 자금 운용 대상을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 자산으로 옮기고 있는 것도 달러 상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외국인 세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엔화 매도의 강도를 강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와타나베 부인들에게도 원군이 있다면서 수세에 빠진 와타나베 부인들이 만회를 노리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애초 달러 강세를 초래했던 그리스 사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나, “환율의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으로 당국자의 견제 발언이 나오는 것 등은 와타나베 부인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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