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프랑스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억만장자 릴리안 베탕쿠르(92) 스캔들이 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프랑스 보르도 지방법원은 이날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인 베탕쿠르가 치매를 앓고 있는 점을 악용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지인과 재산관리인 등 8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계 10위 부자(경제지 포브스 집계)인 베탕쿠르의 401억 달러(44조4천억원) 재산을 둘러싼 이번 스캔들은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마이어스가 지난 2007년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유명 사진작가인 프랑수아-마리 바니에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베탕쿠르의 딸은 바니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를 속여 피카소와 마티스의 회화를 비롯한 고가 미술품과 현금 등 막대한 재산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모녀의 다툼으로 시작된 스캔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측근인 에릭 뵈르트 전 노동장관이 연루되며 정치 스캔들로 비화됐고, 녹취록 공개와 한 피고인의 자살 시도 등 다채로운 전개로 프랑스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베탕쿠르의 정신 상태가 쟁점이 되면서 정신 감정 등에 오랜 시간이 걸려 지난 1월에야 5주간의 공판이 시작됐다.

법원은 248쪽에 달하는 이번 판결문에서 “바니에가 오랜 시간 동안 베탕쿠르를 정신적·도덕적으로 통제했다”며 바니에에 대해 징역 3년과 35만 유로의 벌금을 선고했다.

바니에는 당초 베탕쿠르로부터 10억 유로 이상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기소됐으나 재판 전에 5억 유로를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1억5천800만 유로를 더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그는 재판 기간 돈에는 관심이 없으며, 베탕쿠르가 자신을 친구이자 추종자로 여겨 그의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다고 항변해왔다.

바니에의 남자친구와 베탕쿠르의 재산관리인 등에도 징역형과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딸 베탕쿠르 마이어스의 변호인은 “법원 판결이 만족스러운 수준이고 정당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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