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늘리고 수출길 적극 모색
독자적인 기술로 무장할 경우엔
대기업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어

▲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필사즉생’(必死卽生).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임전훈(臨戰訓)을 지난 1일 통영에서 듣게 됐다. 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의 구본익 부사장이 위기에 처한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꺼내든 다짐의 말이다. 국제 유가 하락과 해외 플랜트 저가 수주 등의 이유로 최근 국내 조선·플랜트업계는 유례없는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조선·석유화학의 중심인 울산으로서는 큰 위기이며 벌써부터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울산지역의 중견플랜트사인 포스코플랜텍(구 성진지오텍)의 경영악화가 자주 뉴스거리가 되는가 하면 동종업체인 티에스엠텍은 지난달 상장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최근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2년 만에 3위로 떨어졌다. 뉴스에 나오진 않지만 울산의 중대형 제조사가 흔들리면서 관련된 수많은 중소 협력사들의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제 유가를 비롯해 환율과 정치적인 문제에서 날씨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이런 외적 요인에 대해 완벽한 대책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다. 흔하게 하는 말이지만 몇 가지를 언급해보자.

첫번째, 시장의 확대다. 대구의 A제조사는 대기업의 대규모 OEM생산체제가 중국기업에 잠식되자 국내외 중소기업의 소량생산에 눈을 돌려 생산량은 유지되었으나 거래처가 몇 배로 늘어났다. 다양한 제품의 생산과 많은 고객사를 응대해야 되어 업무가 늘긴 했지만 소량 다품종이어서 단가가 높아져 생산량에 비해 수익이 증대되었고 설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고객사의 설계업무를 대행함으로써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몇몇 고객사와 거래가 중단되어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번째, 수출이다. 유가하락 같은 국제적인 이슈가 있긴 하지만 모든 산업, 모든 국가에 악재이지만은 않다. 산업별로 보면 운송업이나 항공업, 여행업계는 호황이고 울산이 조선, 석유화학 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저유가가 안좋은 의미로 부각되고 있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저유가 시대의 수혜국임이 분명하다. 시장이 확대되는 국가로의 수출을 계획해보는 것 또한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국내 중소기업은 수출에 너무 무관심하고 어렵게 생각한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중소기업청 산하 수출지원센터를 활용하면서 많은 지원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독자적인 기술이다. 경남의 B플랜트제조사는 고객사가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개발한 설계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고객사에서 설계한 도면을 생산에 바로 적용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공기가 단축될 뿐 아니라 고객이 제공한 설계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지속적인 거래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회사는 플랜트 제조사이지만 독자적인 설계프로그램의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론 규모에 비해 많은 투자가 있어야겠지만 반드시 엄청난 경쟁력으로 돌아올 것이며 꼭 필요한 노력임이 분명하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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