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 홍수를 이루면서 주요 국가들의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정책 당국이나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주요 국가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고속 성장에 대비해 생산 설비를 확장한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저성장을 이겨내려고 수출에 나서면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타이어 생산량은 2000년부터 2013년 사이에 3배 증가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성장하면서 타이어 산업도 호황을 누렸다.

같은 기간에 중국산 타이어의 수출은 10배 증가했다.

미국과 브라질 등이 덤핑(헐값 판매)이라며 반발했을 정도로 값싼 타이어가 외국의 주요 시장을 휩쓸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타이어 소비자 가격은 2012년 7월 이후 지금까지 6.5% 떨어졌다. 중국의 철강 제품도 중국 건설시장 침체 때문에 내수가 감소하자 수출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은 9천400만 메트릭톤(MT)으로 철강생산 3∼5위인 미국, 인도, 한국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열연코일의 가격이 2012년 4월 이후 44% 떨어지는 등 철강 제품의 가격이 추락했다.

타이어, 철강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시멘트, 동, 종이 등 19개 주요 제품이 중국에서 공급 과잉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넘쳐나는 것은 주요 국가의 물가를 억누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1%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인 2%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의 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2%에 근접하고 있지만, 재화 가격은 2013년 이후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

중국이 저성장을 겪으면서 중국 업체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외국의 업체들도 공급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의 고무 생산 업체, 뉴질랜드의 우유생산업자, 호주의 석탄생산업체, 브라질의 설탕 제조업체 등이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미의 원유 생산 증가, 유럽의 성장 침체 등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게 하는 요인이지만,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으로 말미암은 우려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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