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근처의 주유소를 사들여 땅굴을 파고 수개월 동안 송유관 석유를 뽑아 판 40대 남성에게 실형과 거액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송유관안전관리법위반과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47)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에 벌금 14억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서씨와 함께 범행에 이용된 주유소를 운영하며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세무당국에 제출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조모(31)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7억원을 선고했다.

서씨는 2012년 11월 경기도 평택의 한 주유소 근처 지하에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송유관이 지나는 것을 알고 A씨를 명의상 사장으로 내세워 적자를 보던 주유소 운영권을 권리금 1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도유(盜油) 전문가들과 함께 같은 해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 초순까지 이 주유소 보일러실의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지하 2m까지 파내려 갔다.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 2개에 이르는 폭 1m, 높이 1m의 땅굴을 판 서씨 일당은 송유관에 구멍 3개를 뚫어 석유를 뽑아내는 도유장치를 설치했다.

서씨는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주변 CCTV를 철거하고 망을 보거나 음식을 날라주며 땅굴 파는 일을 도왔다.

이후 9개월여 동안 도유장치를 통해 14차례에 걸쳐 시가 1억8천36만원 상당의 석유 10만ℓ를 빼돌렸다.

또 서씨는 조씨와 함께 이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이른바 ‘무자료업자’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 판매하고 69억원 이상의 세금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꾸며 세무당국에 제출해 차액을 챙겼다.

이들의 행각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중앙통제실에 설치된 압력변동감지시스템에 의해 도유 의심 지점의 압력 변화가 감지되면서 적발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행 수법이 매우 대담하고 치밀할 뿐 아니라 그 피해액도 적지 않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송유관 내 석유는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재산이고 훔치는 과정에서 송유관의 폭발이나 화재 또는 토양오염 등을 유발해 일반인의 생명·신체·재산을 해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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