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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다시 읽는 반구대 암각화
[7천년의 메시지 다시 읽는 반구대암각화]풍화작용으로부터 암각화 보호할 최적의 장소 찾았다15. 지형학의 천재들-반구대암각화 제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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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04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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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강도 바위 후보군 정해
햇볕 거의 안드는 북쪽 암벽 중
눈비에도 영향 미미한 곳 골라
7천년간 원형 거의 그대로 보존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흰 빛깔의 화강암으로 축조되어 통일신라시대 석탑을 대표한다. 불국사는 신라가 한반도 대부분을 통일한 지 약 100년이 지난 최고 전성기에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하여 무려 25년 이상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것은 활성 단층선이 통과하는 이곳에 내진설계가 필요함을 인식하여 서기 8세기의 세상에는 어디에도 없었던 특수한 공법이 고안되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 높은 온도의 화강섬록암질 마그마와 접촉하는 둥근고리 부분의 대구층은 열접촉 변성작용을 받아 변성암인 혼펠스가 되었다. 혼펠스는 대단히 단단하여 침식작용에 강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조된 불국사는 전면 석축으로 조성한 절터 위에 다보탑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1240여 년 세월을 견디며 다보탑은 원래의 우아한 원형을 유지하며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 올 큰 지진에도 이 탑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왜냐하면 단단한 암석도 시간이 지나면 풍화되어 원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약해지는데, 화강암은 풍화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보탑은 1200년 이상 노천에서 비와 눈을 맞았으며, 여름의 더운 공기와 늦가을에서 이른 봄에 이르는 계절의 동결과 융해와 같은 기온의 급격한 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졌다. 그뿐 아니라, 지의류와 선태류 등의 식물들이 표면에 서식하면서 암석에 있는 틈을 벌려 기계적, 화학적 풍화작용을 오랫동안 촉진하였기 때문이다. 다보탑을 현재와 같이 불국사 대웅전 앞에 그대로 5000년 정도 더 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거의 폐허가 되어 몇 개의 돌덩이 정도 남게 될 것이다. 

   
▲ 반구대암각화 전면에서 측정한 함수율을 나타낸 수분등치선도이다. 수분값의 분포는 부분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층리 방향과 일치하지 않고 대곡천 수면과 평행하며, 상부에서 하부로 갈수록 증가한다.

1971년 최초 발견자들의 보고와 초기 탁본 등을 참고하면, 반구대암각화는 조성된 지 7000 년 정도 되었는데,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이것이 암각화 제작인들의 이 지역 지형에 대한 지식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암석이 ‘풍화’된다는 말은 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다. 요즘이야 부모들이 미혼의 성숙한 자녀들에게 연애하라고 응원하면서 혹여 좋아하는 이가 없으면 큰 걱정거리가 있는 듯하지만, 오륙십년 전만해도 혼인하지 않은 과년한 처녀와 총각이 연애하는 것을 ‘바람났다’고 하면서 집안 망신으로 치부하였다. ‘바람났다’는 것은 처녀와 총각이 갖는 완전한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변질되었으므로 가치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암석이 ‘바람났다’는 것은 돌의 원래 성질인 단단함이 없어지고 토양이 되면서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구대암각화가 조성된 대곡천 중류부의 중심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 경상계 신라통에 속하는 대구층으로 불리는 퇴적암이다. 최초에 얕은 수심의 호수에서 퇴적되어 대구시 부근에 전형적으로 분포하여 대구층이라고 불리는데, 대구 부근에서는 암석이 심하게 금이 가 있어서 쉽게 부스러진다. 퇴적암이므로 수평으로 층이 나 있어서 좁은 간격으로 시루떡처럼 갈라지며, 퇴적 후 지반이 운동을 심하게 받아서 다양한 방향으로 쪼개진다. 만약 대곡천 중류부가 대구층만으로 되어 있었다면 암각화를 조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구층이 형성되던 중생대 백악기 동안 울주군 지역 곳곳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관입하였다. 이때 관입하는 고온의 마그마와 접촉하는 부분의 대구층은 열접촉 변성작용을 받아 혼펠스가 되었으므로 대단히 단단하다.

많은 시간이 경과하여 풍화와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대구층은 많이 깎여 나가고 현재는 관입한 마그마가 식어서 된 심성암인 화강섬록암의 가장자리를 따라 변성암인 혼펠스가 원형으로 분포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가 조각된 바위는 관입한 마그마와 거리가 있으므로, 순수한 혼펠스로 보기는 어려운 암회색을 띠는 이암이지만 혼펠스화를 통하여 강해졌다. 그리고 원래 퇴적암이므로 퇴적층의 층리가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한다.

암각화 제작인들은 돌 도구만으로 표면을 흠집내어 암각화를 조각하기에는 순수한 혼펠스 표면이 지나치게 단단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무수히 많은 실험을 거쳐서 적당한 강도의 바위들을 찾아서 후보지로 몇 곳을 정하였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현재의 위치를 최적의 장소로 결정하였다.

최종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암각화를 조각한 암석을 풍화작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암석의 풍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분의 공급이다. 암석의 풍화작용은 수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최적으로 활성화된다. 수분이 공급되면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어 틈이 있는 암석은 쉽게 부서진다. 틈으로 스며든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맞게 수분이 공급되는 환경에서 온도가 높아지면 화학적으로 풍화가 진행된다. 완전하게 신선한 암석이라면 십년, 백년 정도의 시간에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수 천 년 이라면 충분히 풍화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지식을 활용하고 토론하여 입지에 요구되는 다음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장소를 찾은 것이다. 이것은 최고 수준의 지형학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결정이다.

첫째, 그들은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북쪽에 있는 암벽을 골랐다. 북쪽은 얼었다 녹았다 하는 기간이 대단히 짧기 때문이다. 남쪽은 늦가을과 이른 봄, 그리고 겨울 동안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언다. 둘째, 인공적인 지붕이 없는 자연에 노출된 환경에서 대기로부터 공급되는 수분을 막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들은 북쪽 암벽 가운데서도 비나 눈이 와도 암벽에 닿지 않는 곳을 찾았다. 반구대암각화가 조성된 바위 앞에 가서 위를 쳐다보면 수직의 암벽에서 암각화가 조각된 바위 표면을 보호하는 듯이 처마처럼 툭 튀어나온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지형학의 천재들이었다.

선사시대 최고 지형학 천재들이 결정하여 만든 작품을 우리 세대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훼손하고 말았다. 사연댐을 만들면서 반구대암각화가 조각된 암석의 풍화작용을 극대화시켰다. 7000년 동안 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고래 암각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 걸작은 1965년 울산지역의 식수 및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지난 50년동안 연중 8개월 정도 물에 침수되었고 나머지 기간에는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 이 짧은 기간 동안의 침수와 노출로 인해 암각화의 바위는 ‘바람이 나 버렸다’. 기계적, 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아 바위는 크게 약해지고, 침수된 동안 표면에 덮인 물이끼와 미립물질을 세척하는 봄에는 표면의 많은 돌조각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암석의 미세한 틈을 따라 침투한 수분은 화학적 풍화작용을 진행시켰으며 이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혹자는 댐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충분하게 풍화된 것이 침수되면서 조금 더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지형학 천재들의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오류이며, 잘못에 대한 정직한 대답이 아니다. 아마도 침수시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수 천 년은 족히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지식과 기술 수준이 현재보다 휠씬 더 좋은 후손들이 이 아름다운 암각화를 영원히 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여 자연의 수명보다 더 오래 암각화를 보전할 수 있게 대처하지 않을까.  

   
▲ 윤순옥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이제 반구대암각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은 경북대학교 박물관 1층 벽면에서만 마주 할 수 있다. 처음 이 모조품 앞에서 나는 생각했다. 오랜 기간 침수되어 연약해진 암각화 표면이 이 작업으로 얼마나 더 훼손되었을까.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이라도 있어서 원형을 확인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암각화는 더 이상 물속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댐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짙어지는 날마다 부서진 틈새로 스믈스믈 스며든 수분들로 고래들의 살점은 속으로 피를 흘리며 툭툭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봄날 고래들은 모두 산벗나무 꽃잎과 함께 대곡천의 흐르는 강물에 실려 장생포 앞바다의 동해로 돌아 갈 것이다. 그들의 선조가 헤엄치던 대양으로.


윤순옥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반구대포럼·울산대공공정책硏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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