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잘 지키는 것만이 호국은 아냐
국민으로서의 의무 충실히 이행하고
문화·경제 등 조화로운 나라 만들어야

▲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 변호사

6월은 호국의 달이다. 냉전시대에 교육을 받은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6·25 전쟁의 참화이다. 남북이 여전히 대치하고 경제군사적 대국인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 일본 및 러시아 등 슈퍼 강대국이 우리나라 주변에서 시시각각 이합집산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지경이다. 경제적 밀접도 1위는 중국이고, 정치군사적 밀접도 1위는 미국이니 국정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호국이란 힘과 실력이 없으면 아니되는 것이리라.

나라가 없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가. 생각하기는 싫지만 일제시대를 생각해 보자. 고귀한 한글이 말살을 당하였고, 창씨개명으로 성을 바꾸어야 했으며, 정신대로, 보국대로 끌려 가야만 했다. 반대로 나라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신문지상에 보트피플의 참상과 정치적인 망명소식이 전해온다. 국민에게 국가는 큰 울타리로서 보호막이 되어 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핍박의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단순히 나라가 있으니 뭉쳐서 지켜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호국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나라가 될까 고민할 때가 되었다.

우리 국민은 지난 100년간 어려운 난관에도 불구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왕조의 몰락, 한일합방, 해방, 분단, 좌우이념분쟁, 자연재해, 군인의 정치개입, 문민, 그리고 경제 성장… 자원도 없고, 주변에 강대국들이 득실거리고, 남북이 교착과 화해를 번갈아 하는 동안에도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나라가 아닌가. 5000만명 이상 인구를 가진 나라 중에 1인당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되는 나라가 흔하지는 않다. 필자는 온갖 불리한 사정 뿐인 이 나라가 이만한 나라가 될 때까지 애쓴 선배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뜻을 이어받아 여기서 머물지 않고 더 발전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할 약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국제적 공조로 원조 등을 통해 국격을 높여야 할 것이다. 물론 국격이 높아지면 국익의 보호에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부의 쏠림현상으로 균형을 잃으면 통합에 지장이 있으니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적인 정치작용에 힘써야 할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기 집단의 이익이나 지역의 이익 대변자에서 벗어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강조할 것은 모든 국민은 국민의 의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무도 하지 아니하고 권익만 차지하려 떼를 쓰는 소위 ‘떼법’은 삼가야 한다. 호국을 하는 직접적인 수단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에 있어 모병제와 국방세도 한 번은 검토할만한 것으로 생각한다. 납세의 의무도 잘 지켜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단군이래 5000년 문화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식이 우리 국민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쳐 더욱 발전된 국가로 다음 세대에 물려지기를 희망한다. 독일에 간호원으로 간 누님들과 베트남 파병간 형님들이 꿈꾸던 나라는 격조높은 문화,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존중, 그에 부응하는 기술 및 경제적인 부흥이 조화를 이룬 나라가 아닐까. 배 고프지 않다고 잘 사는 것이 아니고, 휴전선을 철통같이 감시하는 것만이 호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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