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불법체류자 사망 사건...유족들 장례절차 지원에 답례

▲ 울산 동부경찰서 이승현 형사가 지난 달 28일 중국 유족에게 감사의 의미로 받은 깃발을 들고 있다.
“뭐지, 택배 시킨적 없는데….”

지난달 28일 울산 동부경찰서 박현·이승현 형사 앞으로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상자를 연 순간 두 형사는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빨간 깃발이 들어 있었던 것.

깃발에는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다’는 뜻의 ‘破案神速(파안신속) 秉公執法(병공집법)’이 한자로 적혀 있었다.

두 형사는 지난달 2일 동구 방어진 도로변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불법체류자 A(52)씨 사건이 불현듯 떠올랐다.

당시 이들은 A씨 사건 해결을 위해 A씨 품에서 발견된 외국인등록증을 토대로 신원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등록증의 인물은 A씨가 아니었다. A씨의 휴대폰 내역을 분석해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했더니 오히려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어려움을 겪던 두 형사는 중국 영사관의 협조로 A씨의 아들 B군에게 코코(카카오톡과 유사한 중국 메신저)를 이용해 A씨의 사진을 전송해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A씨는 지난 2004년 단기비자로 입국했다가 불법체류하게 됐고, 한국에서 일용직 노동으로 10여년을 살다 숨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두 형사는 A씨의 아내, 아들, 며느리를 입국시켜 이들과 함께 장례식을 치른 뒤 화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여서 화장까지 약 20여일이 소요됐고, 가족들은 고인의 장례가 늦어진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두 형사는 멀리 타국에서 온 유족을 보며 사건을 종결할 수 없었다. ‘반드시 빠른 시일 내 장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일념하에 부산의 중국 총영사관, 화교협회 등 수차례 문의하며 각종 서류발급, KTX특송, 유족숙소 선정 등을 지원했다.

결국 두 형사의 도움덕에 사건 발생 9일만인 지난달 11일에 가족들은 A씨의 장례와 화장까지 무사히 치렀다.

당시 A씨 가족의 통역을 담당했던 쑨캉은 “대한민국 경찰의 애정 어린 사건처리에 감동받았다”며 말했다.

장례를 무사히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 가족들이 두 형사에게 ‘파안신속(破案神速) 병공집법(秉公執法)’의 글귀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홍기를 보낸 것이었다.

박혜진기자 hj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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