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사회공헌 활동 본받아야
피츠버그는 카네기·뉴욕은 록펠러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울산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에 우선 놀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놀라고 그 다음은 무질서한 시가지와 도로사정에 더 놀란다. 도심을 관통해야 할 대형트럭들은 가능하면 울산수송을 피한다는 실정이다. 울산을 찾는 산업관광버스도 마찬가지다. 1년에 40만명 넘게 찾아오지만 현장견학이 끝나면 바로 경주나 부산으로 다 빠진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도심에 비집고 들어올 리 없다.

50년 전 산업공단이 시작되었을 때 철저한 도시계획 마스트플랜부터 만들었으면 지금 겪는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그런 임시방편 사업을 도처에서 본다. 노동집약 산업도시들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쇠퇴하는 것이 선진사회로 가는 자연적 현상이라지만 그런 도시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재생되었는지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피츠버그가 모델이다. 야구선수 강정호가 활약하는 바로 그 도시다. 1965년 미국 존슨대통령은 월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박정희 대통령을 초청한다. 박 대통령은 융숭한 대접도 마다하고 피츠버그까지 가서 제철, 조선소 견학부터 했다. 거기서 얻은 꿈을 안고 포항제철과 현대중공업을 짓는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한국제철소 때문에 철강산업의 몰락과 산업도시의 사양화가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피츠버그는 각종 하이테크 연구소와 금융, 서비스, 관광산업 등 21세기형 신도시 재개발사업으로 발 빠르게 옮겨갔다. 환경오염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도시가 ‘물의 도시’ ‘생태환경도시’가 되어 ‘살고 싶은 미국의 10대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이런 혁신적 변화의 중심에는 도시에 수많은 문화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카네기사이언스센터, 도서관, 극장, 음악당, 미술관, 박물관, 천문대, 이곳 출신 작곡가 포스터와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기념관 등 도심인구 30만명의 이 도시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문화자산이 차고 넘친다. 모두 카네기가 남긴 사회공헌 유산이다. 시민들은 한 사람의 기업인 때문에 미국의 문화고도가 된 도시에서 행복을 안고 살아간다.

2009년 제3차 G20 정상회의 장소는 피츠버그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마치고 정상들과 함께 600㎞를 이동했다. 이유는 하나. 기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그 현장을 보이고 싶었다. 카네기가 회사를 키울 때는 임금에 인색한 악덕기업인이었다. 그러나 지역사회 청소년과 자기회사 가족들의 학습 환경조성에는 최선을 다했다. 뉴욕은 록펠러가문으로 세계 제일의 문화예술도시가 되었듯이 피츠버그는 카네기의 정성으로 그렇게 문화관광도시가 되었다.

울산은 어떤가. 2008년 ‘문화도시울산포럼’을 창립했을 때 울산의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일 줄 알았다. 공장부지 조성을 위해 대대로 살던 고향집도 내주고 마을까지 바쳤다. 13개 마을부지는 지금의 현대조선, 현대자동차의 공장이 됐다. 시민들은 국가의 대계를 위해 기꺼이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 터에 자리 잡고 재벌이 된 기업이 지역사회를 위해 진정으로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없다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세계 어떤 기업이든 지역사회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회사의 수명이 오래 간 예는 없다. 인심은 천심이기 때문이다.

시립미술관은 울산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미술관이 울산도시산업의 핵이 되어 미래의 먹거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포럼의 시민운동이다. 도시발전은 문화가 필수적 가치라는 사실만 일깨우면 된다. 울산에 뿌리내린 기업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희망의 끈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이제는 시민이 나설 때다. 자손대대로 살아갈 우리의 생활터전이고 고향땅인데 내 손으로 가꾸면 된다. 누구에게 기댈 것 없이 우리가 함께 나서 가꾸면 원군은 생기는 법이다.

문화로서 도시가 가꾸어지면 그것이 바로 관광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서민경제 살리기가 된다. 도시마다 관광개발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새로운 테마모색이 도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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