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로터리의 제2공업탑이 철거될 모양이다. 안타깝다.  36년 된 신정동 공업탑은 논란 끝에 잘 보존, 이용되고 있으나, 28년 된 제2공업탑은 고가도로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필자는 작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본 칼럼을 통하여 신복로터리 입체화 재고를 주장한 바 있다. 도시계획적 이유와 탑의 보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교통만을 위해서, 월드컵만을 위해서 고가도로를 놓게 되면 결국 고가도로에 가려 제2공업탑은 볼품 없는 모습으로 전락할 것이니,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속도로에서 직접 공단으로 분기하는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것이, 교통문제와 탑 보존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임을 강조하였다. 사실 고가도로가 탑 허리 옆을 통과하게 되면 탑은 볼품 없는 모습이 되어버릴 것이 뻔하다. 고가화 공사가 북새통을 이루며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탑의 철거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지 모른다. 따라서 이제 와서 탑의 철거냐 보존이냐를 논하는 것은이미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고, "시위를 떠난 화살"일지 모른다.  제2공업탑은 30년 가까이 울산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고속도로로 들어오는사람들은 신복로터리의 제2공업탑을 보고 "다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라진 고속버스 안내원은 신복로터리 쯤 와서 작별 인사를 시작하곤 하였다.  필자는 가끔 수업시간에, 70년대의 신복로터리의 모습과 함께, 허허벌판에 우뚝 서있는 "유신탑" (제2공업탑의 별명이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곤 한다. 그리고 이것이 케빈 린치가 주장했던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그 불과 20여년 전 사진을 보고 "와-"하는 탄성을 여지없이 토해낸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놀라게 하는가. 엄청난 도시의 변화한 모습, 다시 말해서 역사 속의 빛 바랜 도시 모습에서 그들은 감탄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 역사 속의 신복로터리 탑이 고가도로 때문에 사라지려 하고 있다. 교통을 개선하겠다고 세운 거대 구조물 고가도로에 짓눌려 자칫 흉물로 전락할 탑을 철거하는 건 일견 타당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듯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한번 단추를 잘 못 끼웠으니 계속 잘못 끼워야 한다는 논리와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신복로터리 교통체증의 주범은 잘못된 도로체계 때문이지 결코 제2공업탑이 아니다. 따라서 탑이 교통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건 명분이 안된다. 탑의 철거가 능사가 아닌 까닭은 탑의 조형성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탑이 30년 가까이 해왔던 "랜드마크"와 "관문"으로서의 역할과 이미지 때문이다. 그래서 그 탑을 울산의 역사와 함께 하도록 해 주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지워져 있다. 따라서 경관상 문제가 남지만 그것도 주변을 가꾸기 나름이다. 차라리 먼 훗날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울산이 1962년 시로 승격되어 우리나라 산업수도로 성장한 기간은 불과 40년. 도시근대화 40년 역사에 30년 짜리 역사적 상징물들을 간직은 못할 망정 자꾸 지워버려서야 앞으로 울산의 근대화 100년 역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렇게 새로 만들고 세우고 해서 또 얼마 지나면 또 무슨 무슨 이유로 헐고, 또 새로만들고 할 것인가?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고 했지만, 이제 삶의 문화로서의 도시는 "지금 당장 필요한" 유용성에 기초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를 이어줄" 역사에서 찾아야 옳다.  노예는 현재보다 중요한 과거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과거를 지우는 사람은노예 뿐이라는 니체와 존 듀이의 말이 유난히 가슴에 아프게 와닿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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