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모으고 근거 만드는데 익숙한 日
치밀하게 대응 못 하면 지고 말지만
객관적 논리로 무장하면 이길 수 있어

▲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한편으로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안으로 거리만큼 가까운 이웃으로 느끼지 못하는 곳도 또한 일본이다.

가끔가다 일본에서 업무로 우리나라에 처음 출장오는 사람에게나 또는 일본에 처음으로 출장가는 사람에게 첫날 식사를 하면서, 외국으로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첫 인상이 어떤가를 물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데 간판의 글씨만 다르지 그 외에는 크게 다른 걸 모르겠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에게 실제로 너무나 크고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불고기 식사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이 차이점들을 이해하는 자세와 사고로 업무에 임하도록 조언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고기를 시키면, 불고기 몇인분에 밑반찬과 야채 등이 제공되고 밑반찬은 추가비용 없이 더 내다주는 식사문화가 기본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불고기만 몇인분으로 기본계산되고, 야채 등 밑반찬을 추가하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불고기뿐만 아니라 우동, 라면 등도 마찬가지로 우리처럼 기본 밑반찬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항목을 추가하면 내용명세를 모아 두었다가 비용을 추가 청구하는 식사문화이다. 기본적인 일상의 식생활 문화에서 이토록 차이가 나는데, 그 외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요소에 얼마나 많은 사고의 차이점이 있겠는가.

식생활의 기본문화에서 형성된 사고에서 출발한 차이점이 기업간의 비즈니스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사고로 인해 상황에 따라서는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업들간에 기본가격을 정해놓고 장기간 개발을 추진해 나가는 안건이 도중에 일부 변경사항이 일어날 경우,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서는 비용변화 등을 중간에 상세하게 따져놓지 않고 최종적인 단계에서 그 정도는 대세에 지장을 주지않는 부분적인 변경이므로 비용발생이 자체흡수될 수 있고 최초의 기본가격으로 대응될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일본 기업들은 상세하게 하나씩 모두 따져놓고 내역을 모아 제시하며 변경은 곧 비용 발생이므로 당연히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기업과 일본인들은 대체로 관련 사항들을 모으고 조사하고 근거를 만들고 논리를 세워서 내용을 정리하여 제시하며 자기들의 주장을 펼치는데 익숙하고 숙달된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하여 치밀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이들에게 지고 말지만, 반면에 정확한 근거제시와 납득될 수 있는 객관적인 논리로 강하게 대응하면 이길 수 있는 곳이 또한 일본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230여개 국가 중에서 어느 나라에 가서도 기죽지 않고 또 어느 나라도 함부로 하지 않는 일본, 그러한 일본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마주 대하는 일본인에게 전혀 기죽지 않고, 때로는 무시도 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예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침략 당하고 피해를 본 우리가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는 대항 의식과 도덕적 우위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새 우리 영토 독도에 대한 억지주장,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궤변 등이 일본으로서는 오래전부터 자료를 모으고 논리를 만들어 힘 있는 주위 국가와 단체들을 구슬리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차곡차곡 해오는 사이에, 우리는 치밀하고 섬세한 준비와 대응보다는 피해 본 입장에서의 대항 의식과 도덕적인 우위, 결론의 당당함을 구호로만 외쳐오고 있지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 볼 일이다.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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