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호주 보타니 메머리얼 파크에 갔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 호주는 넓은 땅에 적은 인구가 살고있어 국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카톨릭과 기독교 신앙이 대부분인 호주는 장례문화도 매장의 관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화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감동 받은 것은 호주의 화장문화와 죽음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메머리얼파크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꽃밭의 경계석을 나타내는 조경석이 모두 납골한 인조석이었다. 커다란 책 모양의 조각품, 기둥모양의 조각품도모두 납골한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커다란 나무 밑에 정답게 놓여있는 돌도 모두 납골한 인조석이었다.  세상을 떠나며 아름다운 꽃밭의 경계석이 되고, 책이 되고, 기둥이 되고, 나무 밑의 돌이 되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메시지를 전해주던 그 광경이 무척 인상깊었다. 내 죽어 꽃밭의 작은 돌이 되리라. 얼마나 아름다운 발상인가.  그 공원은 더 이상 죽은 자들의 음습한 공간이 아니었다. 가족끼리 벤치에 앉아 고인의 넋을 기리며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 아이들과 함께 소풍가서 돌속에 깃들여 있는 고인들의 삶을 유추해보며 자신의 삶과 사후에 어떤 모양으로 남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장소였다. 산자와 죽은자가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뜻깊은 장소였던 것이다.  최근 북구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원점으로 되돌아가버린 화장장 이전 문제를 놓고 울산시의 관계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가슴이 답답하다. 화장장과 장묘문화는 울산뿌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제2의 화장장 건립에 따른 후보지로 주민들과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못찾은 상태다.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문화가 개인은 물론 국가, 지자체들 모두가 고심하는 상화에 처한 것이다.  유교문화권에서 조상에 대한 예의가 각별했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매장을 당연시했으나 국토 이용문제와 환경, 개인의 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화장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게되었다. 요즘은 연세 많은 어른들도 자신의 죽음을 화장으로 유언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장이나 납골당에한 인식은 혐오시설이라는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하다.  혐오시설 주변에는 땅 값이 하락해 재산상의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인데 지금은 우리나라도 기술의 발달로 화장시설이 무연무취는 물론 주변 조경을 잘하고 아름답게가꾸어 공원화하므로 차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게될 것이다.  또한 골분을 봉안하는 여러 형태의 시설이 있어서 화장된 골분이 공원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강이나 바다, 산에 뿌려서 환경오염을 초래할 일은 없다. 영구차가 지나다니는 광경이 싫다고 하지만 사실 쓰레기차며 위험물을 가득 실은 차들도 얼마나 많이다니는가? 위생적이고 깨끗한 영구차가 수많은 차들과 함께 지나는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본다. 조문객의 방문으로 인한 도로의 혼잡을 우려하는데 이는 도로 교통망확충과 기반시설을 갖춤으로서 해결할 수있는 문제다.  북구에서 화장장 유치를 포기했다고해서 울산의 새로운 장묘공원을 만드는 것을 늦출 수는 없다. 지금의 화장장은 30년이나 된 노후시설일 뿐 아니라 부지도 협소하고 주위에 체육시설이 많이 들어서서 시끄럽기 짝이 없어서 경건하게 예를 갖추기 어렵다. 백만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아 하루 빨리 이전해야한다. 5개 구군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성, 주변여건, 경제성, 환경 등 최적의여건을 갖춘 장소를 찾아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않을 생각이다.  호주에서 보았던 정경처럼 우리나라도 장묘시설이 공원처럼 아름답게 장식되어 누구나 쉽게 찾아가고 싶은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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