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문화도시 만들기에 앞장
울산초등학교 건물 철거에 큰 실망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서울시는 지금 서울역 앞을 지나는 고가도로 문제로 시끄럽다. 고가 차도를 없애는 대신 거기다가 산책공원길을 만들어 서울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삼자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위의 주민들이 상권이 죽는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뉴욕의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겉만 보고 와서 밀어붙이는 한국행정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맨해튼의 ‘하이라인’은 폐선이 된 도심고가철로를 관광산책길로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렸다. 세계적 화제가 되기까지 지역주민들로 조직된 ‘하이라인 친구들’이 시민운동에 앞장선 결과다. 블룸버그 시장이 취임하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철거계획을 취소했다. 진취적 실무국장들은 시민단체에게 실행계획을 맡겼다. 슬럼화 된 타운을 살리는 데는 30년 넘게 치밀한 계획으로 추진한 시민단체가 뉴욕시 공무원 수준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설계공모를 하고 작품을 전시했을 때 이들의 열정에 감동한 도널드 펠스라는 사람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것이 불씨가 되어 단숨에 4400만 달러가 모금됐다. 주정부 40만 달러, 연방정부 2000만 달러, 뉴욕시 1억1200만 달러가 지원되어 대 역사를 하게 된다. 도시재생이 절실한 사람은 누구보다 지역주민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행정책임자의 결단은 쉬워진다.

문화도시울산포럼은 7년 동안 시립미술관, 문화관광거리, 산업박물관, 옹기엑스포, 태화루, 태화강백리사업에 대한 의견 제안에 앞장섰다. 끊임없이 비판과 대안, 토론 등 시민단체로서 역할을 다 했다. 그 중 2010년에 벌인 산업박물관 캠페인이 시민운동단체로서 우리의 기본적 자세다. 그 뜻을 공감한 사람들이 추진위원회를 따로 만들었고 서명운동을 벌여 시민동참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정치권까지 합심하여 나섬으로 국립산업박물관이 유치됐다. 한 목표를 향해 시민들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힘을 모은 결과다. 이 것이 울산시민 모두의 힘으로 성취한 훌륭한 사례가 아닌가.

미술관 개관까지 준비할 일이 엄청난데 지금 새삼스럽게 미술관 성격 운운하고 있다. 세계 어느 도시이던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시립미술관의 성격은 다 같다. 학교시설에서 부족한 교육과 활동공간제공, 좋은 작품 감상으로 시민정서순화. 지역작가의 원활한 전시공간제공이다. 어느 한 장르를 고집할 수도 없고 작가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는 것이 시립의 성격이다. 그래서 울산초등 구교사가 소중했다. 전시공간이 부족해서 아트폐어 하나도 열 수 없는 도시인데 멀쩡한 건물을 허물면서 안전성문제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공공건물은 D급 판정이 나야 철거대상이 되는데 어쩌자고 대안도 없이 문화도시 울산의 꿈과 희망을 앗았는지. 120만 명이 사는 도시에 몇 사람이 앞장서 코미디같은 짓을 해도 모른척하는 시민인심이 서글프다. 동네 건달수준이라도 세계의 전시 공간 흐름을 한번이라도 살펴봤으면 이런 짓은 안 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분관 PS1은 낡은 학교건물이다. 매일 20개의 교실에서 젊은 작가들은 실험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거기서 주목받으면 유명 갤러리의 전속이 된다. 울산초교 구교사는 이곳보다 월등히 좋은 건물이었다. 절반은 지역작가들의 작업실로 배정 하더라도 매일 22명의 작품 감상이 가능했던 곳이다. 구교사 철거 후 우리는 절망의 세월 1년을 말없이 보냈다. 그런데 객사복원 소리만 클 뿐 미술관계획은 행정이 비밀스러워 알 수가 없다.

미술관은 시 예산이 700억 넘게 소요되는 대역사다. 큰 예산 투입에는 지역경제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30년간 폐허로 살았던 구도심 주민들은 미술관 성패에 목을 매고 있다. 객사는 원형 복원이 아니라 한옥체험과 다도, 꽃꽂이, 예절교육 등, 시민들의 이용공간으로서 살아있는 이 시대의 유물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한 두동이라도 관광자원화해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 아닌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좋은 예다. 종친부 두 동만 복원하고 규장각, 사간원, 소격서는 터 표지로서 끝냈다. 서울서도 이렇게 처리했는데 울산의 객사가 이보다 더 중요한 문화재인가? 과객이 묵었던 객사 복원하려고 107년의 역사가 담긴 근현대 교육기관을 기를 쓰고 철거했는가? 정말 뚜렷한 역사관이 있어 이러는가? 넌센스다. 가장 자랑스러운 한국의 역사는 왕조시대가 아니라 현대의 50년사란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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