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업체와 미래시장 각축

친환경·스마트카 등 기술향상 필요

지속성장 위해 노사가 머리 맞대야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가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내수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다시 떨어진데 이어 해외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 고비용 및 저생산 구조와 노사 갈등 등으로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이항구(경영학 박사·사진)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R&D(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자동차산업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자동차산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영환경을 평가한다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감소하지만 아직은 7%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줄면 부품업체에 먼저 위기가 찾아온다. 참고로 1차 부품업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대다. 적자로 돌아서 부품업체들이 도산할 경우 공급망 단절, 기술 개발 중단 등으로 이어져 현대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GM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모기업 입장에선 임금 수준이 미국을 뛰어넘은 한국공장 존치 여부를 두고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쌍용차 역시 한때 러시아, 중국 등으로 수출을 많이 했지만 엔저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위기가 찾아 올 것이다.”

-엔저현상으로 자동차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국 GM 파산, 일본 도요타 리콜 등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현대차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2009년 이후 3년동안 100만대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였던 2008년과 약세였던 지난해를 비교하면 수출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도요타나 닛산이 생산공장 부족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동안 축적했던 이윤으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적인 모듈화를 통해 원가도 20% 가량 절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인하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수출 둔화가 가속화되는 등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해외 업체들은 스마트카와 친환경차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적자가 나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R&D 비용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독일은 R&D에 연 30조원 이상을, 일본은 거의 3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했다. 도요타만 해도 연간 8조~10조원을 유지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부품업체 포함)들의 R&D 투자액은 5조원에 불과했다.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R&D 투자의 중요성과 향후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는

“자율주행 자동차, 친환경 수소차가 지금의 트렌드다. 현대차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 기술을 개발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R&D에 집중 투자하는 독일이나 일본에 밀릴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은 센스, 소프트웨어, 레이더 등의 기술이다. 일본이나 독일은 전자 분야와 함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서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현대차가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 선도역할을 하기도, 추격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향후 5년, 10년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를 능가할 것인데,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차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향후 몇년이라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지금 현대차를 보면 평균 연봉이 9700만원, 1억원 이상이 60여%로 알려져 있다. 사측은 지속 성장을 위해 이윤을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는 신뢰를 노조에 줘야 하고, 노조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며 자식 세대에 일자리를 물려줄 수 있도록 사측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노사 모두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개발 등 기술혁 향상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위기는 예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다는 점을 노사는 명심해야 한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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