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생태환경 조성 목적...하도정비하며 2.6㎞구간 설치

관리 부실로 일부 틀 파손돼...식생군락 키우는 역할 못해

잔돌 많아 물고기집도 못써

▲ 울산시가 2006년 조성한 태화강 식생틀이 일부 파손되고 내부 돌까지 유실돼 당초 목적인 생태환경 조성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설치된지 10년을 맞는 태화강의 ‘식생틀’ 상당수가 당초 목적인 생태환경 조성은 커녕 수초도 없고, 물고기도 드나들지 못하는데다 틀 내부의 돌까지 유실되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생틀은 하천 제방 아래에 강 기슭과 접해 설치된 사각형 모양의 틀로 내부에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 돌을 채워넣고 위로는 갈대와 부들 등 수초 등이 자랄 수 있게 하는 시설물이다. 하안(河岸·하천과 접해있는 육지 부분)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돌과 돌 사이의 공간은 물고기들의 집으로 제공하는 등 자연스러운 식생 군락이 형성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25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약 300억원이 투입돼 ‘태화강 하도정비 사업’ 등의 일환으로 퇴적오니 제거와 함께 저수호안 축조사업, 식생틀 설치사업이 실시됐다. 시는 4.6㎞ 구간에 호안 축조사업을 펼치고 2.6㎞에 걸쳐 식생틀을 설치했다.

당시 식생틀 설치사업을 담당한 시의 한 관계자는 “동강병원 앞쪽에서부터 십리대밭교까지 식생틀 위에 식생롤을 깔아 갈대와 부들 등 수초를 심었다”면서 “경관개선을 위해 이처럼 수초를 심은 곳도 있고, 식생틀만 조성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동강병원 앞쪽 식생틀에는 수초는 보이지 않고 쓰레기와 밧줄이 뒤엉켜 있다. 십리대밭교 아래는 식생틀 안의 돌이 절반 가까이 유실됐다. 십리대밭교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결이 치는 쪽의 식생틀은 반원 모양으로 돌이 쓸려나간 형태를 보였다. 학성교 아래에는 일부 식생틀이 파손돼있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전반적으로 식생틀 내부에 들어간 돌이 ‘잔돌’이다보니 물고기가 드나들 수 없는 구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울산대 방재연구소장인 조홍제 교수는 “식생틀 내부에 직경 30㎝ 가량의 호박돌처럼 큰 돌을 넣어야 하는데 잔돌을 넣으면서 물고기집 등이 조성이 되지 않아 당초 취지가 상실됐다”면서 “처음 식생틀을 조성할 때부터 이 문제는 거론됐다. 생태적으로 조성할 수 있었는데 그 효과가 없어지고 지금은 보기에만 흉한 상태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식생틀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식생틀 내부의 돌을 걷어내고 호박돌을 넣고, 수위에 맞춰 식생도 조성해 원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지적은 하안의 유실을 방지하는데 현재의 식생틀은 큰 문제가 없지만 자연스럽게 식생이 형성되고 생태계가 유지되는데에는 오히려 방해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식생틀은 강과 90도 각도로 조성돼 있어 게나 물고기 등이 턱을 넘기가 어렵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반면 식생틀이 없는 반대편 제방에는 걸어만 가도 강가의 돌 위에 게들이 기어다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울산시 관계자 “식생틀은 하안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알고 있다”면서 “보수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나가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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