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까지 중단·증시도 휴장, 그리스 경제 마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나…국민투표 분수령

▲ 국내 주식시장이 29일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1%대나 하락하며 출렁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2,050선까지 밀리는 등 불확실성 확대로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코스피는 오전 10시 현재는 전날보다 25.54포인트(1.22%) 내린 2,064.72를 나타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

 구제금융 협상 결렬-디폴트-‘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저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 거부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가용 유동성을 제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오늘 결정으로 이어졌고, 또한 그리스 중앙은행이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의 발동을 요청하는 상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예금은 안전하며, 연금 및 (공무원) 급료 지급도 마찬가지로 보장된다고 강조하고 침착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 밤에라도 ECB는 그리스 은행들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정부는 은행 영업중단 조치를 최소한 국민투표 다음날인 내달 6일까지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새벽 관보를 통해 밝혔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 인출은 29일 오전 중단했다가 오후 중 재개할 예정이며, 일일 인출 금액은 60유로(7만4천원)로 제한된다.

 영업중단 기간에도 그리스 내에서의 인터넷뱅킹은 허용되지만, 해외로의 자금 이체는 금지된다.

 그리스 아테네 증시도 이날 휴장하기로 한 가운데 휴장이 이주 내내 지속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로써 그리스는 2013년 키프로스에 이어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자본통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됐다.

 그리스는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채무 15억 유로(약 1조9천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 27일 새벽 국민투표 실시를 전격 선언하면서 주말 동안 고객들이 예금을 찾으러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대거 몰려들어 뱅크런 사태가 촉발됐다.

 이에 ECB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 사실상 증액 요구를 거부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과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중앙은행 총재 등이 ECB 회의가 끝난 직후 금융안정위원회를 열고 뱅크런 사태를 논의했으나, 은행들이 자력으로는 예금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은행들은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상 국면에서 ECB의 ELA에 의존해왔고 ECB는 계속된 그리스 은행들의 한도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 왔다.

 은행 영업중단 조치는 사실상 그리스 국가 경제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 정부가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을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의 거부에도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을 계속 요구하는 점에 비춰보면 그리스 정부가 이를 갚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스 정부가 이를 갚지 않더라도 IMF가 민간 채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스가 공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디폴트를 향한 행로를 걷게 된다.

 물론 그리스 정부가 IMF 채무를 갚더라도 국제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는 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는 극심한 혼돈 속에서 내달 5일 예정된 그리스 국민투표를 분수령으로 향후 진로를 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그리스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들어서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 불가피하다.

 협상안 찬성 결과가 나오면 협상안을 거부한 치프라스 내각의 사임과 조기 총선을 통한 새 정부 구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7.8%가 유로존 잔류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그렉시트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다.

 반대로 협상안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행보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그리스 협상 결렬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두 정상은 그리스의 개혁 지속과 유로존 내 성장 회복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양국이 그리스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치프라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지속가능한 위기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리스에 최선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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