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진정세로 접어들었다지만
당국 이번 사태 결코 잊어선 안돼
전염병 예방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 조현오 울산시티병원장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투를 하고 있다. 먹이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존재가 미생물이다. 그래서 중세기에는 많은 전염병을 신의 저주라고 받아들였다.

이후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감염과 전염병에서 해방된 듯하였지만 세균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전쟁보다도 전염병에 의한 사망이 훨씬 많았다. 중세기에는 페스트가 유럽에 전파되어 유럽인구의 4분의1이 사망하였고 근래에는 스페인 감기로 수천만명이 희생되어 구미사람들은 감기나 기침만 하여도 전율을 느낀다.

세균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있다. 박테리아는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로서 독자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나, 바이러스는 세포막이 없는 DNA로서 숙주에 기생하여야 생존가능하다. 사스, 조류독감, 에볼라 그리고 메르스 등 바이러스 질환은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염 경로가 확인되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중간숙주인 돼지나 오리, 닭 등을 잔인하게 살처분하면서 일시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나 어디선가 잠복하며 인간의 능력을 비웃고 있다. 그러나 인간 간에 전염이 된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처치는 불가능하여 격리시키거나 증상치료 밖에 할 수 없다.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그 원인과 감염경로를 완전하게 파악하기가 어렵고 항생제는 듣지 않고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다. 최선의 방법은 면역력을 높이고 기본에 충실하여야 한다. 치료가 만만치 않다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열대지방의 풍토병에서 비교적 안전지역이었지만 세계 전지역과 교통이 발달하고 교류가 활발하면서 언제든지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

2012년 9월에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발병하여 약 80% 치명률을 보였다. 중동과 가깝고 교류가 빈번한 인도는 출입국시 발열환자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여 사전에 격리 대처했다. 반면 우리나라 보건방역 당국은 대책이 미숙했다. 대상자를 입국시 걸러내지 못했다. 평택에서 발생한 첫 환자가 서울로 오르내린 초기에 메르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했고 전염병에 대한 사전준비가 없었다. 환자와 병원간의 병력에 대한 정보교환이 없어서 단순한 감기로 간과하였다. 메르스는 비교적 전염이 약한 질병이었으나 초기 대응이 미흡했고 이후에는 너무 부산을 떨어 메르스와 관련없는 99%의 국민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하였듯이 정보공개가 늦어져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이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전염병은 국가의 안보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방역태세는 군사력 못지 않게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 난민수용소같은 일선 병원의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환자를 관리·격리하기는 국민정서상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족의 면회와 간호를 금지시키기도 어렵다. 정부가 치밀한 메뉴얼을 준비해 일선 병원까지 일사분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메르스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당국은 이번 사태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경우가 올 수 있다. 보다 강력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받는 정부가 돼야 제 2, 3의 메르스에 대적할 수 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현오 울산시티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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