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으로 대형화 이루면...현대重 등과 대등한 규모

대형선박 건조 인프라 확충...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잠식

최근 국제교역의 침체와 유가하락으로 인해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경기가 급락한 가운데 중국에서 조선업체들의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국내 조선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가 조선해양의 날을 기념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439개 조선소의 지난 5월말 수주잔량은 108mCGT로, 중국이 38%, 한국이 32.2%, 일본이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탑4 그룹이 25%, 톱14 그룹이 50%, 톱35 그룹이 75%를 건조하게 된다.

현재 톱4 그룹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빅3와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포함돼 있다. 톱14 그룹에는 한국의 빅3 외에 현대미포조선, STX, 한진중공업, 성동조선이 들어 있으며, 중국 기업으로는 후동중화조선,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상하이외고교, 양쯔장조선, 시노퍼스픽 등이 포함돼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중국은 지난 2006년 이후 수주량 1위로 부상한 이후 현재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선종(船種) 구성은 아직 한국이 우월하며 조선소 인프라와 설계 및 시공 기술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중소조선소의 구조조정을 급속도로 진행하는 등 조선업체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선박 컨설팅 업체인 클락슨(Clarksons)의 간행물 <세계 조선소 모니터(World Shipyard Moniter)> 6월호에 의하면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300개소의 조선소 통합을 추진해 올해 151개소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통폐합의 연장선상에서 톱14에 포함된 후동중화조선 등의 조선업체가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빅3와 대등한 규모를 갖추게 되면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한국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울산시 경제산업국 경제일자리과 김상육 과장은 “지금은 세계적인 불황으로 세계 조선업체가 다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이 조선 덩치를 키워 고부가 선박에 도전해 오게 되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산업이 흔들리게 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세진중공업 등 310여개 조선해양산업체에 근로자 4만3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울산은 경제적인 토대가 근본부터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울산지역의 조선해양산업은 제조업 총생산의 10.2%, 수출의 10.3%,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십 건조를 위한 ICT융복합 인터스트리4.0 프로젝트 등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노사관계 개선 등을 통해 생산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조선은 많은 근로자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집약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간의 신뢰가 형성돼야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대외 신인도 제고를 통해 수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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