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 노선 신설 요구해놓고 출퇴근버스 운행

KTX 리무진 5005번 버스기사들, 승객 줄어 경영 악화 피켓시위

▲ KTX리무진 버스 5005번 운행 업체인 신도여객 기사들이 2일 한국석유공사 앞에서 통근버스 운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직원들을 태운 석유공사 통근버스가 집회장 옆을 지나고 있다.
KTX리무진 5005번 버스 기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울산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요구로 KTX울산역과 혁신도시, 농소차고지를 오가는 5005번 노선을 신설했지만, 정작 이전 기관들은 통근버스를 운행하며 리무진 이용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05번 기사들이 적자에 따른 폐업을 막기 위해 임금을 스스로 삭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를 수수방관 하는 이전 공공기관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오전 8시 울산혁신도시내 한국석유공사 앞. 5005번 노선을 운행하는 신도여객의 기사 등 10여명은 ‘KTX리무진 버스 넣어달라더니 관광버스 출퇴근 왠말이냐’, ‘통근버스 운행하면 우리 일자리 없어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운전대가 아닌 피켓을 잡게 된 사정은 이렇다. 울산시는 이전 기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5005번 노선 신설을 결정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모집했다. 신도여객이 낙찰 받아 지난해 6월부터 리무진 버스 6대를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기관들은 직원들에게 리무진 버스 이용을 장려하기는커녕 통근버스를 운행하며 리무진 이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날 집회가 열린 한국석유공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와 6시에 서울·경기권으로 출발해 월요일 아침 울산으로 돌아오는 통근버스 5대를 운행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울산~수도권 버스 4대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대를 운영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울산역과 공단을 오가는 버스를 2대 운영한다.

리무진 버스 잠재 승객인 이들이 매주 통근버스를 이용하다보니 리무진 탑승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신도여객은 하루 6회 왕복하는 리무진 버스 1대의 총 승객이 70~80명에 불과하고, 하루에만 200여만원대 적자(총 6대, 하루 36회 왕복)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들은 폐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본급 20% 삭감에 동의하고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공공기관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본사가 있던 경기도 안양 인근에 많은 직원이 살지만 KTX로는 한 번에 갈 수 없다”며 “직원 편의를 위해 노조가 요구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달천~북구청~울산역을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 5003번의 운행업체도 재정여건 악화로 최근 폐업신고서를 냈다가 울산시로부터 반려 처분을 받았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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