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언어로 삶과 자연, 조상의 이야기 담아

▲ 구루물 음반자켓.

원시주의란 무엇인가? 선사시대의 미개문명에 기원을 둔 여러 예술을 총칭한다. 원시주의 예술은 주로 인류가 회화나 조각 같은 미술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다.

음악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목소리를 통해 말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8만 년 전이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50만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의 발생은 뚜렷하게 밝힐 수 없으나 대략 5만 년으로부터 1만 년쯤 전의 후기 구석기시대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은 주술 등의 행위와 결부되어 발달하였고, 본래 신비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었다. 음악의 기원으로는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내려는 시도에서” “언어의 억양에 점차 고저가 뚜렷해짐으로써” “자기의 감정을 음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노동작업을 할 때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 “춤 동작에 맞춰서” 생겼다는 등의 여러 설이 있다.

음악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악기다. 이견은 있지만 가장 오래된 악기는 슬로바키아 디제 바베(Divje babe) 유적에서 출토된 곰의 넓적다리뼈로 만든 플루트다. 약 4만 3000년 전에 만든 이 플루트에는 2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선사시대에 있어서, 인간의 음악적 음향은 텅빈 물체를 두드리거나 막대기를 휘두름으로써 단순한 타악기의 음향을 처음으로 감지하였을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리듬의 힘을 발견해서 제식의 춤을 점화, 진행시키기도 하고, 또한 노동과 결부시킴으로써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노동의 고통을 감소시켰을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어떤 특정한 음계의 음을 전략적 신호로 삼았는데 그 소리의 음이 말보다 더욱 명료하여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 간단한 음과 리듬에 원시적 선율이 첨가되게 되었는데, 이것은 처음에는 종교적 제식의 주재자, 또는 춤이나 노동요에 있어 선창자들의 마술을 불러일으키는 가사와 함께 시작된 것이었다. 아울러 그들은 음악적인 소리로써 그들의 개인적인 쾌, 불쾌의 감정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원시음악의 특징은 똑같은 짧은 선율로 독창과 합창이 교대되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단조로움이었으며. 여기서 나타난 즉흥적 연주와 후렴은 음악을 구성하는 형식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원시시대 음악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 이상으로 종교적인 면에서 또는 사회 통합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음악은 원시음악 관련 음반이 별로 없는 관계로 6만년의 역사를 지닌 호주 원주민 출신 가수 구루물의 Wiyathul(주황발 무덤새)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루물은 호주 북부 원주민 보호지역인 엘코 섬에서 1970년에 선천성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6만 년의 역사를 지닌 원주민 구마티 족의 옛 이야기와 전통 노래를 들으며 성장하였는데, 2008년에 구마티족 언어인 욜릉구(Yolngu)어로 원주민의 삶과 자연, 조상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로 첫 앨범 ‘구루물(gurrumul)’을 만들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원주민어로 된 노래여서 가사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의 노래는 삽시간에 호주 전역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 1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2009년 영국의 음악 전문지 <Songlines>에 의해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절망하거나 슬퍼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구루물은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여 왼손잡이이면서 오른손잡이용 기타를 거꾸로 들고 연주를 한다. 그의 음악에 대해 영국 더 타임스는 ‘추운 밤 장작불 같은 위안을 주는 음악’이라고 평했다.

▶ 추천음반 : 구루물(Gurrumul) - 주황발 무덤새, 2010, 뮤직컴퍼스

구루물 음반은 현재 구하기 어려우며 YouTube에서 Geoffrey Gurrumul Yunupingu - Wiyathul(주황발 무덤새)를 검색하면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