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적과 문화예술의 조화 - (3)프랑스 베슈렐

▲ 프랑스 베슈렐은 1989년 ‘사벤 두아르’에 의해 책마을로 조성됐으며, 현재는 고서점 14곳과 책과 관련된 공방 7개가 자리잡고 있다.

헨느(Rennes)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베슈렐(Becherel)이라는 읍 규모의 작은 도시에 닿는다. 영국의 헤이온와이, 벨기에의 르뒤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책마을이다. 고서점 14곳과 책과 관련된 공방 7개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아마와 삼베의 생산지였고, 목축업이 발달되어 우유와 요구르트를 생산하는 전형적인 브르타뉴의 농촌마을이었다. 마을은 1989년 ‘사벤 두아르 협회(L’association Savenn Douar)’에 의해 책마을로 지정됐으며, 그 해 첫 번째 책축제가 개최됐다. 베슈렐은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이었던 만큼 주(州)와 도의회, 국립도서센터 등이 서적상의 정착자금과 홍보를 위한 여러가지 지원책을 마련해 주었다.

영국·벨기에서 영감 얻은 선구자
‘사벤 두아르 협회’ 만들어 주도
고서적 서점부터 예술가 공방 가득
이곳에 본점·파리에 지점낸 서점도
매년 부활절 주말 열리는 책 축제
전세계 관광객들 찾는 명소로 우뚝

◇‘책’을 테마로 다시 태어난 시골마을

베슈렐은 대마를 꼬아 짜는 선박용 밧줄로 명성이 대단했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농촌탈출 현상이 시작됐다. 베슈렐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고, 몇 십년간 몰락기에 빠져야 했다. 마을의 빈 집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랬던 마을이 책마을로 알려지자 사정이 달라졌다. 파리에 본점을 둔 서점이 이곳에 지점을 열기도 했고, 헨느 시내에 있는 ‘오부드라뉘’라는 서점은 거꾸로 이곳을 거점으로, 시내에 지점을 냈다.
 

▲ 마을 서점 중에는 책과 골동품, 예술품 등이 함께 판매되는 곳도 있다.

현재 이곳은 고서적을 취급하는 가게부터 화가나 공예가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업장 등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향토 역사와 브르타뉴 지역의 방언인 ‘브르통’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그브리지엔’이라는 서점이 있다. 이 서점의 점포 안팎은 브르타뉴 특유의 엮음장식문양으로 꾸며졌다.

마을 입구에는 관광안내소가 자리해 있다. 안내소 안에는 전시장도 함께 있어 전시회나 심포지엄 장소로 활용된다. 상설전시실에는 책에 대한 것들과 베슈렐의 전통산업인 아마를 소개하는 물건이 전시돼 있다.

베슈렐의 관광안내소는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안내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행사와 전시를 기획하면서 베슈렐을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매년 부활절 주말 3일간 책축제 마련

이런 베슈렐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86년 ‘사벤 두아르’ 회원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부터다. 이들은 영국과 벨기에 등을 다녀오며 책마을 조성을 준비했다. 1989년 제1회 책 축제가 열린 이후 여러 고서점들이 베슈렐에 자리를 잡았다. 시골에 책 마을을 건설한 것이 매우 혁신적으로 평가되었고, 언론을 통해 소개된 베슈렐에 흥미를 느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되었다.

이후 베슈렐에서는 매년 부활절 주말 3일동안 책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에는 아뜰리에에서 시낭송회가 열리고, 거리공연과 영화 상영,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광장주변으로 간이 서점도 세워진다.

한여름 바캉스 기간에는 수요일 밤마다 ‘야간 책 시장’도 펼쳐진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 콜레트 트뤼블렛 '사벤 두아르 협회' 창립자

“책과 함께 흥미요소 갖춘 다양한 공간을”
콜레트 트뤼블렛 ‘사벤 두아르 협회’ 창립자

-베슈렐로 옮겨 와 사벤 두아르를 창립하게 된 배경은.

“가족들과 작게 시작한 사벤 두아르(Savenn Douar)가 커져서 다른 사람들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이념이 맞지 않는 구성원들이 많아 협회 활동을 하지 않는다. 1985년께 이 마을을 찾았을 땐 군데군데 집이 비어 있었다. 거의 폐허였던 빈집을 구입해 도서관처럼 면모를 일신했다.”

-시골마을을 책마을로 변화 시킨 이유는.

“1980년대는 급격한 공업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였고, 20년 후 먼 미래를 생각하면 농촌마을도 변화가 필요했다. 이런 산업화의 흐름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인문학의 공유를 통해 마을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영국과 벨기에의 책마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프랑스 또한 고서적이 많음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마을을 시작하게 됐다.”

-성공적인 책 축제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

“1989년 첫 책축제를 열면서 베슈렐은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이 됐다. 축제는 매회 새로운 문화요소를 가미하면서 내실을 갖춰가고 있다. 베슈렐은 지리적 조건도 나쁘지 않다. 헨느시내와 몽생미쉘 등이 30분 거리에 있다.”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타도시에 대한 조언.

“현재 마을에는 책읽는 문화가 형성돼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서점과 카페가 합쳐진 가게가 인기를 끈다. 배와 두뇌를 함께 채우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책만 있는 공간보다는 발걸음을 이끌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를 갖춘 공간이 더 좋을 것 같다. 전통놀이 등을 보존하거나 그것에서 테마를 찾아 매력적인 요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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