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과 함께 억장이, 세상이 무너졌다
사고 전날 생일이었던 남편...미역국도 못 먹고 세상 떠나
20대 대졸 취업 준비생은...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참변

▲ 지난 3일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에서 사고소식을 접한 한 유족이 회사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하는 경찰에게 ‘아들을 보게 해달라’며 오열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쿵! 쾅! 쾅! 울산 하늘을 울린 폭발음 소리와 함께 아까운 목숨들이 스러졌다. 3일 오전 9시16분 울산시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가족을 위해, 부모의 짐을 덜기 위해 폐수처리장 저장조 확충 작업에 나섰던 6명의 가장과 아들이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남기고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또 생떼 같은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애달픈 사연이 이어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누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지에는 말문이 막힌다. 어쩌면 습관적으로 위험을 간과해온 안전불감증이나 모호한 안전규정과 열악한 원·하청 구조탓으로 돌린채 또 다시 망각의 힘을 빌릴지도 모를 일이다 .

사고가 발생한 지난 3일 울산 중앙병원 장례식장. 희생자 이모(49)씨의 부인은 “어제가 남편의 생일인데 보지못해 내일은 꼭 보자고 했는데…”라며 오열했다. “진짜 열심히 산 당신이 왜 간 거에요. ‘여보~여보’ 당신 없이는 못살아요. 나도 따라 갈래요. 얘들아 아빠 좀 데려와 봐라”는 말만을 되풀이 하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에서 4일 경찰과 국과수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같은 날 울산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천모(28)씨의 어머니가 온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사고로 숨진 대졸 취업준비생인 천모씨의 모친은 “실종됐던 아들이 폐수조에서 발견되기 직전 마치 텔레파시처럼 아들의 체취가 느껴졌다. 지금 제 손가락에 끼고 있는 이 반지가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아들의 손가락에 있던 거에요”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또 “회사 식당 아주머니 말로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시락국이라네요.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고 2시간만에 죽었어요.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난거에요”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아들이 그렇게 험한 일을 하는지 몰랐어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보내지 않았을 텐데”라며 “세월호사고 이후 TV만 켜만 ‘안전’이라는 소리만 들리더니만 결국은 그 미흡한 ‘안전’ 탓에 내 아들이 변을 당했네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지난 4일 유가족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는 “진상규명이 될때까지 장례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한화케미칼측에 합동분향소를 요구했고, 회사측은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대책위와 회사측은 5일 비공개로 첫 협의를 가졌으나 서로간 의견만 확인한 뒤 6일 다시 협의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3일 2곳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책임지고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반드시 엄벌하겠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다. 최창환·박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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