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번 위기의 최대 수혜자는 프랑스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협회 소속 벤 스테일 국제경제 이사와 디나 워커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 블로그에 올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프랑스의 은행들을 위해 막대한 구제금융을 뒤에서 제공했다’는 그리스 사태 관련 분석 글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의 첫 위기가 찾아온 2010년 5월 1천110억 유로(약 137조25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프랑스가 큰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에 빌려준 돈은 약 520억 유로(약 64조7천억 원)로, 유럽은행들이 보유한 전체 그리스 채권 1천340억 유로(약 166조9천억 원)의 38.8%를 차지했다.

이는 독일 은행의 1.6배, 이탈리아 은행의 11배, 스페인 은행의 62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스페인의 경우 그리스 채권이 한자릿수에 불과해 거의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IMF와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 은행의 손실을 줄이고자 그리스 채무탕감에 반대하자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IMF 총재는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었다.

프랑스 은행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그동안 매각, 만기도래, 부분탕감 등을 통해 그리스 채권 80억 유로를 줄였다.

반면, 이 기간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의 그리스 채권은 390억 유로, 250억 유로로 각각 치솟았다. 독일의 그리스 채권도 350억 유로로 증가했다.

그리스가 끝내 디폴트로 갈 경우 프랑스는 이전보다 피해 규모가 줄어들지만 과거 영향권에 놓여있지 않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직격탄을 입게 되는 것으로, 2010년과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외에 다른 국가들의 그리스 채권 규모를 보면 네덜란드와 벨기에 오스트리아는 소폭 늘었고,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소폭 감소했다.

스테일 이사와 워커 애널리스트는 결론적으로 프랑스는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신들의 그리스 채권 80억 유로를 털어냈지만, 이웃 국가들은 그리스가 2010년 일찌감치 디폴트 됐더라면 떠안지 않았어도 될 부담을 지금 떠안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앞서 지난 1일 ‘앙겔라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에 휘둘린 IMF 망신당하다’라는 제목으로 IMF가 그리스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IMF가 2010년 구제금융을 시작할 때부터 채무조정 조치 등을 통해 그리스에 현실적인 도움을 줬어야 하는데 유럽의 정치게임에 말려들어 오히려 그리스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비판인 것이다.

신문은 IMF가 그리스 같은 나라에 긴급 유동성 지원을 하면서 경제구조개혁과 채무조정 등을 통해 현실적인 회생 대안을 마련해줬어야 하지만, 2010년 이 같은 원칙을 무시했다면서 당시 그리스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3%에 달하고 채무조정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당시 스트로스 칸 총재가 그리스 위기의 역내 확산을 우려하는 유럽연합에 떼밀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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