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
보고 듣는 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중 정확히 파악해 냉정히 대응을

▲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행사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외무부 장관이 일본 총리와 면담하고, 기념행사 날인 6월22일에는 양국정상이 기념식장에 교차 참석하여 일본의 총리가 다소 화의적인 축사를 함으로써, 역사적 사실과 영토에 대한 문제로 수 년간 제대로된 대화 없이 얼굴도 마주할 것 같지 않게 냉정을 지켜오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화해 무드로 바뀌었다. 이를 보고 필자는 ‘그 동안 우리에 대해서 생떼를 쓰고 억지나 부린다고 생각하며 말해오고 있던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7월5일 일본이 ‘메이지일본의산업혁명유산: 규슈-야마구치와 관련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과거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했다고 우리의 모든 언론들이 마치 커다란 전승을 거둔 듯이 떠들썩하게 대서특필하며 소식을 전했다. 이를 보고 또 필자는 ‘정말 일본쪽에서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인정 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개인이나 기업이 일본과 비지니스를 하는 도중 서로간의 상반된 견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안건협의를 하다하다 결론을 내지 못하였을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우리의 요구에 대해 일본쪽에서는 ‘검토’하겠다는 표현의 말로 그 상황을 마무리하는데, 그 후 일정시간이 지나서 그 안건의 검토결과를 확인하면 ‘안된다 또는 할 수 없다’고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은 ‘요구하는 대로 검토하여 해주겠다고 해놓고 일본쪽에서 지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것은 서로 사고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검토’라는 단어를 우리는 흔히 되는 쪽으로 해 보겠다는 의미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생각은 해보지만 기본적으로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이 행하는 다른 나라 상대와의 일, 국가간의 외교 등을 큰 범위에서의 외국과의 비즈니스라고 볼 때,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내며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고 그들의 사고를 알아야 한다.

특히 일본은 ‘겉으로 나타내는 표현(타테마에) 과 본심(혼네)’의 이중성이 그들의 유전자속에 녹아있어 좀처럼 본심을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이 일상화가 되어 있다. 게다가 상대에게 갑자기 돌출되는 말과 행동이 되지 않도록 미리 정지작업(네마와시)을 해두는 것도 보편화 되어 있다. 이것은 아마도 오래전 역사속에서부터 이어져오고있는 그들의 생존방식인것 같다.

500여년전 일본은 400년이상 지속되어 온 무사중심의 사회에서 수시로 일으킨 전투와 권위유지를 위하여 걸핏하면 상대와 약자의 목을 베고 신체를 잘라 죽이는 잔인함이 일반 풍습화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시대에 힘없는 일반 백성 및 하층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죽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남에게 애써 피해를 주지않고, 자기의 본심을 겉으로 표시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든 본격행동을 하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해놓는 습관과 사고가 수 많은 세대가 바뀌는 사이 유전자속에 녹아든 결과의 생존방식인 것이다.

이렇게 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잠재된 의식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독특한 내면의 세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는 민간 사이의 비즈니스이든 국가간의 외교 사안이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말하는 대로만 듣고 일희일비하며 꼼수에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혼네, 타테마에와 네마와시를 제대로 알고 미리 파악하여 항상 정확하고 철저하게 제대로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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