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의 추억 간직한 종하체육관
일제강점기 상처 묻어있는 남산동굴
등록문화재 지정해 관리할 필요 있어

▲ 박철종 문화생활부장

울산 종하체육관에 대한 전면적인 내진 보강공사가 8월 중순부터 실시된다. 종하체육관은 1976년에 기공식을 가졌으니 내진설계라는 단어도 생소한 시절이었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현재는 기초를 강화하고 기둥·트러스 등을 보강하는 등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리히터 규모 6의 지진에도 주요 구조부가 파손되지 않는 ‘내진 1등급’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진발생시 변형이나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구조물의 본래 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이로 인한 손상으로 대규모 2차 피해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종하체육관에서는 2010년 73건(3만350명), 2011년 62건(3만6670명), 2012년 58건(4만9780명), 2013년 59건(3만8300명), 2014년 45건(5만6190명), 올들어 6월말까지 21건(1만4630명)의 행사가 열려오고 있다. 내진 보강공사가 비용 대비 효용성이 얼마나 담보될지 의문이 없지는 않다.

울산 남산근린공원 수변광장 조성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사업구간 내에 있는 동굴의 역사성, 지역적 상징성 등에 부합하는 명칭 공모가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이다. 이번 명칭 공모와 자료 수집은 사업구간 내에 있는 4개의 동굴 때문이다. 이 동굴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건설한 군사시설물로 추정되고 있다. 진지 또는 탄약이나 보급물자를 쌓아두는 창고로 사용됐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필자는 1990년대 초반 이 동굴이 주점으로 운영될 당시 막걸리를 마시러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두 시설물이 울산의 귀한 역사유산이기 때문이다. 종하체육관은 울산 최초의 종합 실내체육관, 지역 최초의 돔식 테라스 건축물이다.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등록문화재가 된다고 해서 일반인의 접근 자체를 막지 않기 때문에 관리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가 있다. 울산에는 현재 6건의 등록문화재가 있다. 구 상북면사무소(제102호), 언양성당과 사제관(제103호), 구 삼호교(제104호), 남창역사(제105호), 울기등대 구 등탑(제106호) 등 5건이 2004년 9월 4일 지정됐고, 최현배 의복(제611호)은 2014년 10월 29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울산 최초의 산업시설인 ‘삼양사 울산공장 사무실’은 2005년 1월 6일 근대문화유산 문화재로 등록예고 됐지만 회사측 요청에 따라 무산됐다. 대부분 일제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종하체육관은 울산시민들의 여러가지 흔적이 묻어있는 역사유산이라는 면을 간과할 수 없다. 크고작은 체육행사는 물론 선거기간에는 유세가 열렸고 어린이날 행사도 치러졌다. 내진 보강공사 이후 역사자료로 남아있을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남산근린공원 동굴은 일제강점기 군사시설로 만들어졌다. 천연동굴은 아니지만 태화강대공원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충분하다. 일본의 침략전쟁이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부정적인 면은 있다. 하지만 제주 해안 절벽을 따라 파헤쳐진 일제 동굴 진지도 등록문화재가 되면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변했다.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 진지는 1945년 패전에 직면한 일본군이 만든 해상특공기지로 등록문화재 제313호로 지정됐다. 소형 선박을 이용해 연합군 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자살폭파’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송악산 외륜에도 지네 모형을 한 13곳의 동굴진지(등록문화재 제317호)가 있다. 남산근린공원 동굴이 일제식민지 시설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어떨까.

박철종 문화생활부장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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