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독일사무소 보고서…“불균형 해소 못하면 사태 언제든 재발”

 한때 파국으로 치닫던 그리스 채무협상이 일단락됐지만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둘러싼 유로존 국가 사이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리스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2015년 하반기 유로지역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 점검’을 주제로 낸 조사연구 보고서에서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 문제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 논란은 독일 경상흑자의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한다.

독일의 경상흑자 규모는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11년부터 유럽연합(EU) 권고기준(6%)을 넘어섰다.

올해는 사상 최고 수준인 GDP 대비 7.9∼8.5%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남유럽 과다채무국의 흑자 규모(GDP 대비 평균 1.6∼1.7%)와 비교해 5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다.

이런 독일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는 제조업의 생산능력과 수출품의 품질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상황에 비해 저평가된 환율이 흑자의 주된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화 출범 이후 독일의 실질환율은 줄곧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유로화의 가치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월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독일이 의도적으로 근린궁핍화 정책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유로화 가치 하락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수혜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역내 불균형 해소를 위한 독일 정부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은 보고서는 “독일의 흑자 누적이 회원국 간 성장 격차를 확대하고 금융 불균형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완화하려는 독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적자국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경상수지 최대 흑자국인 독일이 유로체제 출범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으므로 이득의 일정 부분을 유로체제 유지비용을 부담하는 차원에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유로존 적자국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2001∼2008년에 관광산업이 성장을 주도해 왔는데, 유로화 사용 이후 실질실효환율이 고평가되면서 관광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현 재정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낸 보고서에서 “과도한 상환 요구가 그리스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채탕감 및 만기연장 등의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해 독일의 책임 분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은 불균형 문제를 독일의 경제적 희생보다는 적자국의 구조개혁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와의 이번 채무조정 협상에서 강경노선을 고수하면서 독일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보고서는 “최근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 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그러나 역내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불충분하고 이와 관련한 회원국 간 시각차도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로존 역내 불균형 문제는 앞으로 이어질 그리스 채무협상에서 다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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