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사들이 매년 여름철만 되면 다투어 선보이는 오락프로그램의 납량특집 코너가 인기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공포에 떨게하는 "가학적인" 포맷으로 일관해 시청자들에게 식상감을 안겨주고 있다.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는 지난 27일부터 "유재석의 조용한 가족"이라는 코너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 코믹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제목을 따온 이 코너는 인기 여성연예인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두컴컴한 산속과 세트 등을 거닐다 귀신과마주친 후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27일 방송에서는 탤런트 김혜수가 "실험대상"으로 출연했으며, 개그맨 이혁재, 가수 강현수 등이 각각 "비행하는 귀신"과 "텀블링 귀신"으로 분장해 김혜수를 겁에 질리게 했다. KBS 2TV〈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역시 지난 6일부터 "남희석의 야간학습"을 방송하고 있다. 개그맨 남희석이 진행하는 이 코너는 외딴 별장에서 4~5명의 연예인이 함께 문제를풀다가 정답을 맞추지 못한 사람이 어두운 별장 어딘가에 숨겨진 다음 문제를 찾아오는 방식. 출연자들은 당연히 예상치 못한 물체와 인물의 출현으로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코너들이 지난 96년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서세원의 돌아보지마" 이후 시작된 연예인 "깜짝 놀래주기"라는 가학적인 포맷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지난 5년동안 여름만 되면 신설되는 비슷비슷한 코너들을 보면서 혐오스러운 귀신들과 여자연예인들의 앙칼진 비명소리에 짜증을 느껴야 했다. 이에 대해 각 오락프로그램 제작진들도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제작진은 "남희석의 야간학습"을 지난 2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고무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의 김시규PD는 "이런 류의 납량물이 시청자들에게 식상감만을 안겨줄 것 같아 예정보다 앞당겨 코너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초특급 일요일만세〉의 김태성PD도 "맹목적 가학성만으로는 시청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것을 제작진도 인식하고 있다"며 "공포분위기의 조성보다는 귀신들의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이은미 선임연구원은 "오락프로그램의 납량특집물들은 비슷비슷한 기획과 구성, 연예인들의 작위적인 모습 등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여름특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포"와 연결시킬 것이 아니라 시원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코너를 꾸며보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