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년 총선 국민경선제 도입 추진
시기 촉박한데 제도적 장치 마련 요원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민심 외면할 것

▲ 김두수 서울정치부장

월드컵 신드롬으로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속으로 빨려 들어간 2002년 6월29일. ‘붉은악마’와 함께 서울광장에 울려펴진 월드컵 함성. 같은 시각, 연평도의 검푸른 바다로 접근하는 심상치 않는 검은 물체들. 기관포로 중무장한 함대에는 인공기가 펄럭이고, 갑판위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군 지휘관의 긴장된 얼굴. 이윽고 무차별 뿜어대는 포화속에서 아수라장이 된 우리의 해군함대. 장병들의 반격과 함께 펼쳐진 뜨거운 전우애. 그리고 갑판위에서 피를 흘리며 절규하는 ‘살아 있는 시신들’. 서해교전 10여 년뒤 스크린속의 ‘연평해전’을 바라본 관객들은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면서 애써 눈물을 감춘다. 올여름 전국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연평해전’. 연일 최대 관객을 동원한 흥행몰이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재미와 서스펜스, 그리고 감동으로 엮어낸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리얼리티한 연출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4·13총선 후보 공천에서의 흥행조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국민이 직접 경선에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감동공천’일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보수혁신위원회를 꾸려 완전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유승민 사태’직후에도 같은 방침을 재확인하고 이를 야권에 제안했다.

제1야당 문재인 대표도 공감대를 나타냈다. 여야의 이같은 ‘합장’에도 과연 국민공천을 할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럴듯한 수사를 총 동원해 국민공천을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공천때만 되면 계파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과 ‘살생부’에 의한 공천학살이 자행된 전례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 또한 한때 ‘공천학살’의 피해자였다는 건 천하가 아는 일이다. 국회 취재 경험상으로 볼때 내년 4·13총선에서도 ‘국민공천’은 역시 ‘연목구어’일뿐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세가지다. 새누리당의 경우를 보면 첫째, 완전국민경선제를 치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부터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당규개정을 하려면 의원총회에 이어 최고위 의결을 거쳐 전당대회 또는 상임전국위를 개최해야 하는데, 계파간 이해관계와 촉박한 시간 등이 맞물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다. 둘째, 완전국민경선제를 하려면 당대표는 물론 모든 당직자들이 계급장을 떼고 신인들과 맞붙어야 형평성에 맞다. 이 또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셋째, 현역 기득권의 절대적 유리에 대한 장치는 물론 국민경선관리를 할 수 있는 제3의 외부기구 또는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방안 등 입체적인 준비가 필요한데 과연 그러한 구상은 있는지 의문이다. 여야 지도부의 공감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같은날 같은 방법’으로 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실무협의기구부터 구성해야 하는데 이 또한 가능할까 싶다.

8월 하한정국이 끝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대정부질문, 새해 예안산 심의, 국정감사 등이 얼키고 설키는 판국에도 금배지들의 마음은 ‘콩밭’에 있을 것이다.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제도적 완비가 안되면 완전국민경선제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기자의 뇌리엔 벌써부터 정치권의 변명이 읽혀지는 건 무엇때문일까. 정기국회가 끝날즈음 ‘우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 다음총선(21대총선)부터…’ 또 다시 반복되는 거짓말.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 되면 ‘김무성·문재인’의 각개연출 ‘공천 쇼’는 패착으로 끝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여의도 1번지 사람들’은 역시 ‘거짓말쟁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두수 서울정치부장 duso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