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59.5% 파업 찬성...사측 압박카드로 활용 방침

여의치 않을땐 파업 강행

▲ 23일 현대중공업 사내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파업 찬반투표에 대한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파업 채비를 마쳤다. 노조는 합법적으로 확보한 쟁의권을 향후 단체교섭에서 사측 압박카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향후 조선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2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 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역사회를 긴장케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6시30분부터 23일 오후 1시30분까지 전체 조합원 1만6748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대비 59.5%(9966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23일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선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 있어야 파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20년만에 파업을 벌인 지난해에도 전체 조합원의 55.9%(1만11명)의 찬성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4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지만 노조는 당장 파업을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는 당초 목표로 했던 여름휴가 전 타결에 사실상 실패하긴 했지만 휴가 직전까지 교섭을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20일과 22일에 이어 24일에도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다음주 역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름휴가가 끝나는 14일까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거나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으면 본격적인 투쟁 분위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파업 찬반투표가 끝난 직후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휴가를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까지 사측이 아무런 제시안도 내지 않고 있다”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데 이어 휴가 이후 힘찬 투쟁으로 임협 승리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측으로선 파업 찬반투표 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해 3조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 201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올해 2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향후 조선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동종업계인 대우조선해양과 STX, 한진중공업 등이 올해 단체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제시안을 노조(근로자)측에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기본급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관계자는 “쟁의행위를 한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파업 없이 올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을 비롯해 직무환경수당 100% 상향 조정, 성과급 250% 이상, 노후연금 현실화, 통상임금 1심 판결 적용,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찬반투표 결과
재적 조합원1만6748명
투표자수1만713명
찬성9966명
반대734명
무효13명
※재적 조합원 대비 59.5%로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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