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평상 대여로 ‘자릿세’...계곡물 막아 전용풀장까지
물길 방해로 호우피해 우려...불법·무질서행위 판쳐도
울주군은 뒷짐행정 일관

▲ 작괘천변에 위치한 한 펜션은 인위적으로 계곡을 막아 펜션 이용객들의 물놀이장.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영남알프스 자락의 명품계곡 작괘천 상류가 불법영업과 무질서로 신음하고 있다. ‘한철 장사에 눈이 먼’ 일부 펜션·식당업주가 계곡을 장악해 평상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자릿세’를 받고, 일부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계곡 물길까지 막아 간이수영장을 만들어 영업중이다. 최근에는 불량배까지 가세해 휴가철 작괘천을 찾은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으나 울주군은 뒷짐행정으로 일관, 탈·불법 행위가 매년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법 평상대여’ 없이는 계곡 이용 불가…주차도 통제

휴가철이 시작된 26일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 인근 작괘천. 물놀이나 접근성이 좋은 구간마다 수십개의 평상이 계곡을 가득 채웠다. 평상은 낙석이나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까지 들어서 있다. 계곡 한켠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100여개의 평상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평상 1개의 대여금은 4만원. 평상을 대여하지 않으면 계곡 이용은 제한된다. 군에서 관리하는 이면도로의 주차도 평상 이용객에게만 허용된다. 계곡을 찾은 시민들은 내키지 않지만 다툼이 싫어 돈을 내고 평상을 대여하고 있었다. 올해는 특히 지역 불량배까지 평상대여 영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온몸에 문신을 한 청년들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계곡을 장악해 자리세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거부하는 시민들을 쫓아내고 있다.

▲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울산시 울주군의 명품 계곡인 작괘천이 불법 영업으로 신음하고 있다. 외지인과 주민들까지 계곡에 평상과 천막을 설치해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포크레인 동원 불법 물놀이장 조성

계곡을 따라 올라가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펜션과 식당들이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계곡을 막고 곳곳에 ‘전용수영장’을 조성해 놓았다.

계곡 주변에는 ‘손님이 아니면 계곡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까지 내걸리고, 무료 이용객의 출입을 막기 위한 감시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펜션이나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계곡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펜션 이용객들은 계곡 바로 옆에서 바베큐 등 각종 취사를 하고, 세제를 이용해 빨래까지 하고 있었다. 빨래를 마친 옷가지는 계곡 곳곳에 널려 있었다. 청정계곡인 작괘천의 수질오염과 경관훼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시민들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며 불편해 하고 있다.

◇행정력 부재로 집중호우 수해 발생우려

이같은 현상은 작괘천 뿐만 아니라 휴가철 인기지역인 배내골 일대, 석남사 계곡 일대에서도 일부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행위가 계곡을 범람하게 하는 원인으로 수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집중호우시 계곡에 깔아 놓은 평상과 인공구조물이 물길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 이는 계곡물이 갑자기 늘어나는 원인이 돼 수해를 키울 수도 있다.

영남알프스 관광 명소화사업을 추진중인 울주군은 계도활동만 벌일 뿐 실제 단속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족들과 작괘천을 찾은 이모(40)씨는 “작괘천은 시민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민들의 것인데, 일부 몰지각한 상인과 주민들의 이기심 때문에 영남알프스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며 “장마철 피해도 예상되는 데 공무원들이 단속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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