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안도...노조, “조합원 우롱 제안” 거부

▲ 현대중공업 자료사진
현대중공업이 조선경기 침체로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선에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조합원들을 우롱하는 제안이라며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시 동구 본사에서 노사 교섭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12번째 임금협상 교섭에서 호봉승급분(2만3000원)을 제외한 기본급 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안전목표 달성 격려금 100만원 등이 담긴 회사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사측은 지난 201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누적적자액만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조선업계의 경기침체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적자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동종업계인 대우조선해양과 STX, 한진중공업 등도 침체된 조선경기를 고려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제시안을 내는 등 회사의 어려움을 노사가 함께 극복해야 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안에는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안도 포함됐다. 총 800%의 상여금 가운데 300%는 월할 계산해 매달 25%씩 지급하는 한편 상·하반기 각각 200% 지급, 명절 각각 50% 지급 등이다. 상여급이 지급되는 달과 그렇지 않은 달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임금·직급체계 및 근무형태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사내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 등도 회사안에 담겼다.

노조는 회사측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회사와 연대해 기본급 동결이라는 ‘황당한 안’을 제시했다”며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확인된 조합원 여론을 감안해 최소한 납득할 수준의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교섭 직후 대의원 간담회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회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현장 여론 등을 수렴하고 노조 창립 휴무일(28일) 이후인 29일이나 31일 추가 교섭을 진행하며 입장차 좁히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9년 임금 동결에 합의한 바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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