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 롯데그룹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일부 계열사는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한 계열사는 29일 경영지원부문장 명의로 각 부서에 전언통신문을 보내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고 소문에 휘둘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 회사는 전언통신문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결정은 한국 롯데그룹의 사업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두 차례 강조하면서 이번 일에 영향받지 말고 업무에 매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이 이번 사안과 관련한 근거없는 소문을 옮기거나 언론과 접촉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계열사도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에 집중해줄 것을 독려하는 내용의 전언통신문이나 전자메일을 발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부 계열사에서는 이런 행동 자체가 언론의 이목을 끌거나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평소와 비슷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극도로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직원들은 숨죽인 채 업무를 이어가면서도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과 다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 결정과 관련해) 일본에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단순히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다툼이 아니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다른 오너 일가가 가세했기 때문에 ‘판’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한국 롯데에서 주요 보직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데다 계열사 사장단 등과도 거의 교류하지 않아 우호세력이 없지만 신영자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면 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른 롯데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 이사장이) 동생들의 분쟁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더 혼란스럽다”며 “특히 누구 한 명에게 확실히 쏠려있지 않은 지분 구조를 보면 앞으로도 갈등이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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