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휴가철 도심 공동화 현상
울산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은 공허
외지 관광객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 이재명 경제부장

최근 휴가철을 맞아 울산지역 기관·단체들이 휴가를 울산에서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울산관광협회, 새누리당까지 플래카드를 펼치고 거리로 나섰다. 휴가 동안 딴데 가지 말고 울산에서 소비를 하면서 메르스 때문에 위축된 울산의 상권을 살리자는 것이다.

울산은 연례적으로 8월 초만 되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일제히 휴가를 떠나 텅빈 도시로 변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이 문을 닫으니 수백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도 덩달아 문을 닫고, 그러다 보니 손님이 뚝 떨어진 식당과 술집도 모두 문을 닫는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울산만큼 휴가철 공동화 현상이 이처럼 심하게 발생하는 곳은 드물다. 이는 수십년 동안 계속돼 왔다.

울산은 오랫동안 공해백화점이란 오명을 쓴 채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지금 울산은 근로자들이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환경적으로 또 생태적으로 완전하게 환골탈태한 모범적인 환경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울산지역 대기업에서 25년 넘게 일한 근로자는 거의가 연봉 1억원을 넘는다. 울산에서 휴가를 보내자는 캠페인은 이같은 울산지역 근로자들의 월급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캠페인을 보면서 무언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정부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국민들을 상대로 국내여행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국민들이 휴가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하게 되면 교통과 음식점, 숙박 등 엄청난 부문의 내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의 재계도 덩달아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부자도시이자 급여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울산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시와 상공회의소, 국회의원들이 울산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호소한다는데 대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어떻게 보면 울산 남구지역의 상공인들을 위해 남구 주민들에게 중구지역에 가서 밥먹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이나 다를바가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수십년 동안 여름휴가 때만 되면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기네스에 오를 정도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울산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캠페인은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

진정으로 울산의 상인과 경제를 살리려면 떠나는 휴가객들을 붙잡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울산 밖으로 뛰쳐 나가 ‘울산으로 오십시오’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관광객들을 모시고 와야 한다.

이를테면 울산을 떠나는 휴가객들에게 KTX울산역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울산홍보물을 한움큼씩 쥐어주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줄 것을 당부하고, 울산의 계곡과 바다, 역사·유적지, 관광지는 깨끗하게 정비해 손님을 맞아야 한다. 그래야 아주 오랫 동안 울산의 상인들이 관광산업의 혜택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떠한가. 울산이 심혈을 기울여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는 영남알프스 작천정 계곡에는 장사치들이 돈내고 평상을 빌리지 않으면 계곡 근처에도 못오게 하고, 계곡 주변에는 조폭 같은 문신족들이 연신 겁을 주며 얼씬거리고 있다. 울산 12경의 첫번째로 꼽히는 강동 정자와 동구 주전의 아름다운 몽돌해변에는 사람들이 구워먹고 버린 기름진 고깃덩이가 나뒹굴고 부탄가스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넘쳐난다.

산업도시 울산, 생태도시 울산에서 문화관광 도시 울산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아직도 험난하게만 느껴진다.이재명 경제부장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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