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사라지는 옆집 가족, 어디 가나 했더니…
늦은 밤까지 텐트·돗자리 펴고...DMB·스마트폰 게임하며 피서
젊은 연인 데이트코스로도 인기...인파 늘면서 먹거리단지도 호황

▲ 29일 열대야를 피해 태화강대공원으로 소풍 나온 가족들이 강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찌는듯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자’는 시민들의 발길이 태화강대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늦은 밤까지 텐트나 돗자리를 편 채 밤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 자녀와 함께 나온 젊은 부부, 어르신을 모시는 중장년층, 친구나 연인 등 대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강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풀밭에서 야식이나 음료를 나누고, 때로는 가로등 불빛을 등진 채 오붓한 데이트도 즐긴다. 2015년 7월29일, 태화강대공원 여름밤은 그렇게 또 다른 밤풍경를 연출하고 있다.

◇열대야 밤마실 놀이터...불야성 이루는 태화강대공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미영(37·태화동)씨는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애완견도 함께다. 폭염이 시작된 이후 김씨네 가족은 습관처럼 대공원에 마련된 커다란 텐트에서 2~3시간 정도를 보낸다. DMB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짬짬이 집에서 갖고 나온 화채와 찐 감자, 옥수수 등으로 간식을 즐기기도 한다. 김씨는 “집에만 있을 때는 잠들기 전까지 하루 10시간 이상은 에어콘을 켜야 한다. 코감기와 두통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둔치로 나온 뒤에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김모양은 친구와 함께 밤마실을 나온다. 두 사람은 전동휠 라이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외발 형태의 전동휠은 화려한 조명빛을 뿜어내기 때문에 무리지어 다닐 때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김양은 “고성능 블루투스까지 있어 듣고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음악과 함께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대공원을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일품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 두 여성이 전동휠을 타고 강변을 달리며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커플은 이불까지 덮은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눈치. 옆에 놓인 바구니 속에는 반쯤 남은 와인병과 크리스탈 잔까지 들어 있다. 최근 파리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이들은 “해질녘 세느강은 와인병을 든 연인들 천국이었다. 요즘 태화강대공원도 그 못지않은 데이트 장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열대야는 일대 태화강먹거리단지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한마디로 불야성이다.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메뉴는 옛날식 통닭튀김. 양념과 후라이드로 구분되는 조각형 치킨이 아니라 닭 한마리에 튀김옷을 얇게 입힌 뒤 통째 튀겨내는 음식이다.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음식이고, 어린이들에겐 뜯어먹는 재미가 적지 않다.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소금 간과 함께 바베큐·칠리·매운맛 등 다양한 양념장을 함께 준다는 것. 통닭집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오후 10시 전후면 문을 닫았으나 무더위가 본격화 된 이후에는 영업시간을 자정 이후로 연장시켰다. 통닭집 단골 김재완(57·태화동)씨는 “대공원 풀밭에서 생맥주를 곁들여 자주 먹게 된다. 대체로 아이들과 나오는 편인데, 두 마리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야식의 유혹...가능하면 저칼로리 간식으로

한번 찾아온 배고픔은 참기가 어렵다. 특히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면 더하다. 그러나 한 여름밤 야식은 자칫 몸매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저칼로리 식음료 제품으로 허기만 살짝 달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또 열대야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무더위 때문에 잠이 안 올 경우에는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잠이 들 때까지 TV나 영화를 보는 것은 오히려 대뇌를 자극해 오히려 잠을 쫓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잠이 안 올 때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벼운 읽을거리에 관심을 두고, 조용한 음악을 트는 것이 도움된다. 열대야를 피해 태화강대공원에 늦은밤까지 사람이 넘쳐나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아들과 함께 밤마실을 나온 박정현(47·유곡동)씨는 “몸에 적당한 피로감을 주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초저녁 대공원에서 아이와 가볍게 공놀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선에서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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