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수천년 후 반구대암각화에 서다

▲ 반구대암각화는 50년 가까운 산업화와 경제규모의 진전 속에서도 발견 당시의 실체가 훼손된 것은 물론 울산 관광산업의 핵심요소로 부상하지 못했다.

필자에게 길고도 깊은 상념을 안겨주곤 하는 반구대암각화를 찾게 되면 언제나 7, 8천년 전의 모습과 지금, 그리고 수천년 후에는 어떠한 환경과 가치를 담고 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러면서도 긴 세월 깊이 숨겨둔 선사시대의 그 모든 것들이 햇살 사이로 걸어나오길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다. 태초의 햇살에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는 그날이 있다면 얼마나 두근거리는 탄성이 있겠나 하면서 오늘도 발길을 돌린다.

▲ 라스코 동굴(Lascaux Cave) 벽화.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선사연구실 제공.

사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반구대암각화는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 일행이 발견했지만, 사연댐 설치로 인해 물속에 잠기는 것을 반복하며 훼손의 심각성을 이어가고 있다. 육상 및 해상 동물뿐만 아니라 당시 인류의 생활상을 담고 있는 반구대암각화는 고고학, 미술사 등 다양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으로 해외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는 50년에 가까운 산업화와 경제규모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발견 당시의 문명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 실체가 훼손되어 갔으며 천전리각석, 공룡발자국 화석 등과 아울러 울산 관광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지 못했다.

발견 당시의 가치 공유하지 않고
50년 이상 방치해 훼손만 가속화
문명의 가치 재빠르게 확산 시킨
프랑스 라스코 동 굴벽화와 대조
지금부터라도 관광자원화 추진을

필자는 자서전 <회야강의 달 4>에서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반구대암각화를 비교하며 경제발전과 문명의 자원화 속도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아래 그래프)

그래프의 곡선①은 라스코 벽화처럼 조속한 시간내에 문명의 가치를 확산시킴과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부의 창출이 확대되어가는 모형이며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다.

비대칭 하강곡선③의 반구대암각화는 발견 당시의 문명적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체가 훼손되어 갔으며 경제규모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자원화 속도는 극한적 비동시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자원화된 부의 창출이 아니라 이미 미래손실도 가져왔고 앞으로의 미래손실까지도 확대시키는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반구대암각화를 그저 ‘비운(?)의 주인공’이라 불러야 했다고 적었다.

너무도 지나친 표현일까? 어리석은 아쉬움일까? 엉뚱한 방랑객의 지나가는 시각쯤으로 회자될까?…

관광대국 프랑스는 1940년 라스코 동굴을 발견하고 8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였으며 20년 후에는 똑같은 모형(라스코Ⅱ)을 만들어 원형을 보존하며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치해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는 선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하여 반구대암각화는 발견 후 24년후인 1995년도에 국보로 지정된다. 이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 안팎이었으며 울산은 2만달러 안팎 정도였다. (큰 사진 아래 표)

▲ 차의환 울산상의 상근부회장·반구대포럼 공동대표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참으로 존귀한 인류문명의 족적을 가늠케 하는 반구대암각화는 그 오랜 세월 물속에 잠겨 있으면서도 참으로 대견스럽게 견뎌 왔다. 이제 주력산업의 침체를 예상하면서도 신속한 고도화를 추진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자.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라도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반구대암각화의 관광자원화에 관해 좀 더 깊은 접근이 있었으면 한다.

반구대암각화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물속에서 빠져나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울산은 공업센터 지정을 기폭제로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처럼 또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반구대암각화의 앞날에 눈부신 가능성과 꿈이 있는 영광이 펼쳐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차의환 울산상의 상근부회장·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반구대포럼·울산대공공정책硏 재능기부)

■ 경제성장 정도와 문명의 자원화속도 비교표(예시)
구분 발견연도 관광명소(일반공개) 라스코Ⅱ(개발관람) 국보지정
반구대암각화 1971년($290) - - 1995년($1만)
라스코동굴 1940년 1948년($400) 1963년($1700)  
*프랑스 통계청 인용, ( )안은 해당년도 1인당 국민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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