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홍콩 서구룡문화지구 엠플러스

▲ 지난 6월 방문한 서(西)구룡문화지구 전경. 엠플러스(M+)를 비롯하여 오는 2031년까지 총 8개의 문화예술시설(기관)이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향기나는 항구’ 홍콩은 이름만으로도 멋스럽다. 한국과 홍콩의 비행거리는 불과 3시간 남짓. 부담없는 거리와 ‘쇼핑·식도락의 천국’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한국인이 꼽는 해외여행지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머문다.

▲ 오는 2018~2019년께 개관하는 엠플러스(M+) 예상도.

뉴욕이나 파리처럼 도시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아시아권에서 몇 안되는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의 최근 정책을 가만히 살펴보면 앞으로 몇년 안에 전에 없던 굵직한 프리미엄이 또 하나 보태질 것 같다. 다양성과 화려함 이면에 환락과 소비도시 이미지가 함께 겹쳐지던 홍콩은 그 어디에서도 보지못한 ‘새로운 미술’을 전면에 내걸고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다.

미술시장 홍콩아트바젤 성공으로
中 정부 문화 접목해 도시발전 꾀해
3조원 들여 40㏊ 규모 문예지구 조성
핵심시설 시각문화박물관 ‘엠플러스’
2019년 개관 목표로 초대관장 등 영입
시각예술 등 현대미술 선별 전시 예정

◇서구룡문화지구의 탄생

전 세계 아트페어 중 인지도와 참가규모 면에서 1순위에 꼽히던 아트바젤은 3년 전부터 아시아권 행사장(홍콩아트바젤)으로 홍콩을 선택했다. 홍콩아트바젤은 안착 단계를 너머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홍콩아트바젤이 열리는 기간에는 명품을 사려는 쇼핑객 뿐 아니라 중국 및 아시아 미술을 사려는 갤러리어 및 브로커와 전 세계 현대미술작품과 경향을 살피려는 작가 및 애호가들, 아트페어를 상품화 한 단체여행 프로모션 참가자까지 가세하여 공항 입국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그야말로 ‘미술을 위한’ ‘미술에 의한’ ‘미술의 도시’로 바뀌는 것이다.

▲ 구룡반도 침사추이 스타의거리에 자리한 홍콩 최초의 홍콩미술관

미술시장의 성공에 이어 홍콩은 소비지향도시의 미래상을 바꿀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했다. 중국정부는 홍콩 반환 이후의 도시발전 맥락을 문화와 예술에 접목시키고자 한다. 예전과는 전혀다른 도시,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창구 만들기 시도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중국정부의 주도 아래 지난 2008년부터 ‘서구룡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WKCD) 조성’이라는 야심 찬 사업으로 본격화 됐다.

▲ 스타의거리에서 바다 건너 홍콩섬 컨벤션센터를 바라보는 관광객들. 해마다 홍콩아트바젤이 열린다.

사업의 골자는 구룡(九龍) 반도의 서쪽 바닷가에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지구를 만드는 것. 40ha(약 12만 평)의 면적에 약 3조원의 공사비가 들어간다. 규모로만 치자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관련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웅장하다.

▲ 지난 6월 방문한 서(西)구룡문화지구 전경. 서남쪽 해안선을 따라 ‘ㄴ’자 형태(약 40ha)로 형성된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누리게 될 ‘대공원’(Park)과 열린공간을 지향하는 ‘워터프론트 프롬나드’(Waterfront Promenade), 한시적으로 운영된 중국 전통양식의 ‘대나무 공연장’(Bamboo Theatre), 작가 개인과 기업체 단위의 전시회 및 이벤트를 유치하는 ‘아트 파빌리온’(Art Pavilion), 중국현대무용을 포함한 퍼포먼스 중심의 ‘리릭 극장’(Lyric Theatre), 경극과 같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중국전통극장’(Xiqu Centre Theatre) 등 그 곳에 들어설 시설이나 기관은 총 8개에 이른다. 이들 시설물은 문화지구의 ‘ㄴ’자형 지형을 따라 바다 건너 홍콩섬을 눈 앞에 두고 나란히 일렬로 들어선다.

개별 건축물 디자인은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문화지구 전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선에서 대체로 국제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선과정 또한 내국인의 굴레를 벗어나 전 세계 인력풀을 총가동한다. 홍콩 정부가 지난 수년 간 서구룡문화지구에 들인 노력을 엿보면 홍콩을 아시아의 문화허브로 격상시키려는 그들의 야심을 읽을 수 있다.

▲ 오는 2018~2019년께 개관하는 엠플러스(M+) 실내공간 예상도.

◇세계현대미술 주도할 엠플러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되는 시설이 있다. 서구룡문화지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엠플러스(M+)다. 엠플러스는 오는 2018년 공사를 끝내고 2019년께 개관할 예정이다.

중국정부는 엠플러스를 세계적인 미술기관으로 키우기 위해 해당 부지를 정비하기도 전인 지난 2013년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니트베 박사를 초대관장으로 영입했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초대관장을 역임하며 성공적인 개관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뒤이어 한국인 정도연씨도 수석 큐레이터로 영입됐다. 그 또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서도호, 마이클 주의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뒤 샌프란시스코 아트 뮤지엄,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거쳐 홍콩의 문화지구를 건설하는데 동참했다.

▲ 엠플러스(M+) 건축물 예상도.

엠플러스(M+), 즉 뮤지엄 플러스는 ‘박물관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엠플러스를 소개하는 단 한 줄의 소개글은 ‘Museum for Visual Culture’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시각 문화 박물관’ 정도로 해석된다. 시각예술, 건축디자인, 동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카테고리 아래 20세기 이후의 주목받는 콘템포러리 작품들만 선별하여 콜렉션한다.

홍콩의 최근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한 <아트마켓홍콩> 저자 박수강씨는 “미술관 건물 자체 보다 인력이 먼저라는 방정식이 미술계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국에 산재된 공공미술관 중 이 공식에 따라 제대로 건립사업이 추진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홍콩 엠플러스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다. 엠플러스 팀은 이미 3년 전부터 홍콩을 무대로 공공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 엠플러스(M+)는 개관 전부터 각종 행사를 유치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홍콩 해안가 마천루를 배경으로 펼쳐 진 퍼포스 ‘MORNING PEACE 2015’(원작 오노 요코).

공동저자인 주은영씨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엠플러스가 주관하는 각종 전시와 퍼포먼스가 홍콩 전역에서 이미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이미 국제 미술계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술이 미술관 안에서만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엠플러스의 입장은 우리 공공미술관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글=홍영진기자·사진=김경우기자

자료참조=서구룡문화지구당국(www.westkowloon.hk)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