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그램에 악성코드 심어 돈 빼낸 20대 실형

회사원 신모씨는 올 2월 초 한 인터넷 블로그에서 자신이 즐겨 하는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레벨을 쉽게 올리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매크로 프로그램이었다.

매크로란 컴퓨터가 특정 행동을 저절로 반복하도록 설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게임에 적용하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신씨는 자신이 외출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도 게임 속 캐릭터가 계속 움직여 ‘레벨 업’을 하도록 설정했다.

신씨는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블로그에서 PC 원격제어 프로그램도 내려받았다.

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컴퓨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두 프로그램을 통해 신씨는 컴퓨터 게임 캐릭터가 자동으로 레벨업을 하도록 하고 외출했을 때는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했다.

그러다 며칠 뒤 신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티스토어’ 등 모바일 쇼핑몰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284만원 어치의 온라인 상품권이 구매된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이는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22)씨와 정모(22)씨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두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으면 컴퓨터를 통해 피해자의 스마트폰까지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범행을 꾀했다.

이에 블로그를 개설하고는 “두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면 게임 레벨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글을 올려 다운로드를 유도했다.

신씨처럼 두 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받은 피해자가 생기면 스마트폰을 해킹해 모바일 카드 정보를 빼내고는 온라인 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대량 구매하고 이를 현금으로 바꿨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올해 1월 23일부터 약 열흘간 113대의 컴퓨터를 원격제어해 1천82만원을 가로챘다.

이씨는 정씨와 함께 범행하기 전인 작년 10월부터 약 3개월 동안에도 같은 방법으로 총 20명에게 이런 수법으로 2천452만원을 빼앗았다.

결국, 이씨는 실형을 면치 못했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3단독 곽정한 판사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공범 정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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