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획정기준 마련 데드라인 내달 13일 넘길듯

내년 4월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구획정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이번에도 선거구획정이 선거에 임박해서 ‘졸속’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사안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선거구 획정 작업의 ‘가이드라인’ 격인 선거구획정 기준에 대한 논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버린 양상이기 때문이다.

앞서 여야는 매번 반복돼온 ‘게리맨더링(특정정당이나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선거구를 정하는 것)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선거구를 획정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자문기구에서 중앙선관위 소속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처럼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구획정을 위한 준비를 해놓고 정작 선거구획정위가 본격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에는 ‘딴전’을 피우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제대로 된 선거구 획정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오는 8월13일까지 국회가 획정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총선 6개월 전인 10월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주밖에 남지 않은 ‘데드라인’을 어길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구획정 논의가 선거제도 개편과 맞물려 있어 2주 안에 획정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내부적으로는 8월말까지 최대한 획정기준 마련을 끝내보자는 목표를 잡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처하자 그동안 6개월의 활동기간을 허송세월한 정개특위는 당초 8월 말까지였던 활동시한을 연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 지도부와 정개특위 간사로 구성된 별도의 협의체를 꾸려 선거구 획정 기준만이라도 빨리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을 누가 담당하느냐 ‘채널의 문제’가 아니라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여야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선거구획정 기준이 언제까지 마련될 지 기약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선거구획정위는 애를 태우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당초 다음달 11일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획정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개특위에서 선거구획정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획정위가 그에 맞춰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 등을 토대로 최적의 선거구 획정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데, 획정기준 마련이 늦어질수록 10월13일 마감시한에 쫓겨서 획정 작업이 어려움을 겪을 게 불보듯 뻔하다.

나아가 획정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선거구획정 기준 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 숫자도 정해져야 하는데 여야 간 견해차가 커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과거에도 벼랑 끝에 몰려서야 막판 졸속 타협으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곤 했다.

17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은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2004년 2월27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18대 총선에서는 2008월 2월15일, 19대 총선은 2012년 2월27일로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국회가 이런 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서는 이번에도 총선이 임박해서야 허겁지겁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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