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대출 의혹 단서 확보
사흘째 고강도 강제수사…최원병 회장 관련성 주목

농협의 특혜대출 등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31일 서울 중구 통일로에 있는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대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께 NH농협은행 본점에 있는 여신 심사부 등지에 수사관 3명을 보내 기업 여신심사 자료와 대출 심사위원회 회의 자료, 관련 규정집 등을 은행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 그룹에 자금이 지원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자료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의 압수수색과 달리 확보할 자료를 준비해 둘 것을 농협 측에 요청하고 현장에서는 영장을 제시한 뒤 받아가는 방식을 취했다.

압수한 자료의 규모가 방대하지는 않지만 농협 본점을 직접 겨냥한 강제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특혜대출 의혹 단서를 상당량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 본사가 압수수색 된 것은 2009년 3월 공금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노동조합 사무실 압수수색 이후로 처음이다.

농협은 리솜리조트의 재무건전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강행했다.

리솜리조트의 자본잠식 현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 리조트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입 경영을 벌인 결과였다.

그런데도 농협의 대출액은 자본잠식 상태였던 2005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최근까지 리솜리조트는 농협에서 총 1천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검찰은 이런 비정상적인 대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리솜리조트 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5곳에서 진행한 동시다발형 압수수색에서 비리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리솜리조트 그룹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된 상태다.

비자금 형식으로 빼돌려진 회삿돈 일부가 특혜성 대출을 해 준 대가로 농협 고위 인사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대출 이면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농협 측이 발주한 각종 용역 사업과 관련해서도 대금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이 만들어진 정황을 확인했다.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 산하 유통시설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 여러 사업을 수주했던 H 건축사 사무소 등이 수사 대상이다. 수사팀은 전날 H 건축사 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빼돌려진 돈의 용처를 추적하면서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이나 H 건축사 사무소 등의 사업 수주 대가로 부정한 금품거래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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