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경제부 차장

울산시 남구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에 대한 임대기한 연장에 반대하며 올해 초 발족했던 장생포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자진 해산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해양공원 부지의 현대미포조선 선박블럭 제작장으로의 임대기한이 2017년 6월까지로 2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됐든 장생포비대위의 해산과 임대기한 2년 연장으로 논란은 끝이 났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조금씩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임대기한 연장이 마무리되는 2년 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포조선이 울산항만공사에 제출한 사용허가 연장 신청서에 추가 사용기한이 마무리되는 2017년 6월 이후 곧바로 철거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이행 각서를 함께 제출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미포조선이 10년 간이란 당초 약속을 어기고 탈울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울산시 등을 압박해 임대기한 연장을 관철시켰다는게 일부 주민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재발방지를 위해 왜 이같은 일이 발생했는지,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 분명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특히 10년 전 양해각서 서명 당사자들인 울산시와 미포조선, 남구청, 울산해양수산청, 주민 대표 등 5자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귀책사유가 있다면 이를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2년 후 자진 철거를 약속한 미포조선만 믿지 말고 지금부터 이전 계획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 장생포는 한때 지나가던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부유한 어촌의 상징이었지만 포경의 쇠퇴 등으로 급격한 쇠락을 맛봤다. 다행스럽게 지난 2007년 고래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고래박물관 등 고래 관련 인프라가 속속 확충되면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렇지만 고래 이외에는 관광객 유인 요인이 별로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최근 울산대교가 개통하면서 탈 장생포 현상마저 일부 빚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우려스럽다. 울산시가 동구 대왕암공원에 대규모 어린이테마파크 건립 계획을 발표한데다 울산본항~신항 연결도로 개설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장생포가 머무르는 관광객이 없는 허울 뿐인 고래관광특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제조업의 위축 속 관광산업을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울산시로서도 지역의 대표 관광콘텐츠인 고래가 묻히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해양공원 부지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울산항만공사가 발주한 용역에서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를 고래테마관광과 산업관광을 연계한 상생의 ‘해양문화관광지구’로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내용의 질(質) 만큼이나 개발 시기도 중요하다. 당장 지금부터 선박블럭 제작장 이전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미포조선측이 철거 및 이전에 3개월이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준설토 매립지에 강관파일 등을 박아 제작장을 조성한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해양공원 부지 개발사업이 민간투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지를 빨리 비워줄수록 민자유치에 유리함은 당연한 이치다.

신형욱 경제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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